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은행업 경쟁력 평가'에 착수했다. 그동안은 정량 평가 중심의 경쟁력 평가만 해 왔다. 정성 평가에 기반한 경쟁력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빅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등에 밀린 은행업권에선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업 경쟁력 평가'를 지난달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력 평가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아 추진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이달 말 발표한다. 은행업 경쟁력 평가는 올해 처음 도입됐다. 기존 경쟁도 평가는 시장 내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시먼 지수(HHI) 등 계량적 수치에 치중한다.
반면 경쟁력 평가는 전통 시중은행이 빅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등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췄는지 질적 평가한다. 우선 핀테크와 빅테크 등 새로운 서비스 금융업 진출이 전통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또 점포의 합리적 운영 전략을 모색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의 서비스 제공 실태와 신규 인허가의 필요성을 논의한다.
금융위는 은행업권이 디지털전환이란 큰 변화에 직면한 만큼 종합 경쟁력과 경쟁도 평가가 필요한 입장이다. 경쟁력 평가 결과가 나오면 올해 안에 경쟁도 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은행업 경쟁력 평가 결과는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허가가 필요한지를 결정짓는 근거가 된다. 기존 전통은행의 오프라인 영업 경쟁력이 낮다는 결론이 도출되면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분위기도 금융 지주사에 유리하게 조성됐다. 최근 빅테크와 금융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규제 차익을 없애겠다는 금융위의 행보는 금융 지주사에 기회다. 금융지주사는 지주 또는 은행 중심으로 100%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원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와 BNK·JB 등 지방금융그룹 등 총 6곳이 인터넷 은행 설립 의향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지주사는 독자 인터넷은행 설립을 통해 더 성공적인 디지털전환과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통 레거시 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도하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세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은행 경쟁력과 경쟁도 평가가 완료되는 내년 초 제4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도 금융지주사의 독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힘을 보탠다. KT, 카카오, 토스 등 거대 ICT 기업에 특혜를 준 만큼 제4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지주사에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2일 “금융위가 금융지주사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를 위한 제도적 여건 조성을 천명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