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경제인들이 화상으로 만나 '한일, 함께 창조하는 미래'를 주제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한일 경제 플랫폼을 제안, 지속 가능한 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일경제협회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과 도쿄 오쿠라도쿄호텔에서 제53회 한일경제인회의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한일 경제인들은 1969년부터 매년 정치적 갈등이나 경제 위기 등에도 중단없이 매년 한일경제인회의를 이어왔다. 양국 경제인들은 이날 회의에서 한일 정치·외교 관계가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도 멈춤 없는 협력을 다짐했다.
한국 측 단장인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개회사에서 “경제인들의 자유로운 입출국이 제한되는 코로나19 위기에 더해 아직 출구를 찾지 못한 한일 간 외교경색에 모두가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경제인들이 긴밀히 교류·협력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고자 애쓰고 있고, ESG 경영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일 양국은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랜 협력을 해온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미래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단장인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전 회장)도 “한일관계는 아직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양국 경제인의 상호 신뢰는 굳건한 유대감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양국의 경제교류 확대·협업은 경제계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양국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사사키 회장은 “한일 양국은 모두 탈탄소 사회로 전환, 디지털 전환 등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과제 해결은 간단하진 않지만 서로 지혜와 정보를 공유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영상을 통한 기조연설에서 '한일 경제계 협력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양국 경제와 사회 발전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의 노력은 서로의 이해관계만을 우선시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하는 동안 사회는 양극화하고 국가 간의 장벽은 심화하며, 환경 전체가 파괴돼 가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직면한 사회·경제 문제의 복잡성을 볼 때 현재와 같은 개별 기업 간 협력만으로는 국가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협력 관계보다 폭과 깊이를 확대해 양국 경제계 전체 차원의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발전시키자”면서 “양국 경제계가 힘을 합쳐 전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치·외교적 관계 복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개최된 이번 한일경제인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김윤 회장을 단장으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강창일 주일한국대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 조석희 TCC스틸 부회장, 주일한국기업 등 98명이 참가했다.
일본 측에서는 사사키 미키오 회장을 비롯해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 아소 유타까 부회장, 우에다 카츠히로 부회장(오오가키정공 회장), 오카 모토유키 부회장(스미토모상사 특별고문), 고가 노부유키 부회장(노무라홀딩스 특별고문), 이미즈 하루히로 부회장(일간공업신문사 사장), 이케다 마사키 부회장(호텔오쿠라도쿄 회장), 주한일본기업 등 108명이 참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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