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리콜한 국내 2만6699대분 배터리를 재사용 등 후방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전성 검증에 따라 활용 분야가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커질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장을 고려하면 대용량 중고·폐배터리를 확보한 김에 다른 국가에선 아직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신사업이나 실증 사업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중고·폐배터리는 2020년 275개에서 2025년 3만1696개 2030년 10만7520개로 급증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중·폐배터리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전 세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중고·폐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19년 약 1조6500억원에서 2050년 600조원으로 커질 것이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잔존 용량이 초기 용량 대비 70~80% 수준으로 떨어지면 전기차 동력원으로 사용하는데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재사용한다면 50%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더욱이 ESS는 전기차와 달리 충·방전이나 출력 등이 일정해 효율적인 설비 운영뿐 아니라 배터리 수명이나 열 발생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는 이 같은 중고·폐배터리는 ESS용으로 10년가량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이번 현대차의 전기차 2만6699대분, 약 1.6GW 중고·폐배터리를 활용한 재사용 시장 조성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순형 SG사장은 “현대차의 대량 리콜 배터리를 바로 재활용 처리하는 건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한국이 재사용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ESS 등 재사용을 상용화한다면 글로벌 경쟁국 대비 전기차 폐배터리 사업화를 위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데다 경쟁국가 대비 3~4년 먼저 준비할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중고·폐배터리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할 인증기준이나 객관적인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 차량 배터리 경우 화재 등 우려가 있고 외형상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배터리에 대한 이력 관리부터 ESS 재사용을 위한 배터리 팩 성능 검사 방법 등 안전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차원 인증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ESS 용도에 따라 사용 SOC 범위를 더 좁혀 씀으로 본래 용도보다 확실히 안전하게 쓸 수 있어서 잔존가치가 상당한 배터리 재사용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규모 리콜 물량을 실증 연구나 재사용 배터리 생태계 활성화 연구에 투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