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4일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정부와 전문가들은 연준의 결정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테이퍼링은 이미 예고된 결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충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테이퍼링으로 인해 금리인상 압박이 거세지면 부채가 증가한 가계와 기업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1200억달러 규모 채권을 매입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날 테이퍼링 발표로 11월과 12월 각각 150억달러씩 매입 규모를 축소한다.
테이퍼링으로 인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일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다만 그 폭이 2013년 '긴축 발작' 때처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 급격한 조정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연준의 테이퍼링 규모와 속도가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이고 금리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큰 무리 없이 소화했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국내 금리 인상 압박이 강해지면 부채가 늘어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 민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18.2%로 상승했다. 부문별로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각각 작년 동기 대비 11.6%, 8.1% 늘어 GDP 대비 112.4%, 105.9%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오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GDP 성장률이 전월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쳐 인상 신중론이 제기됐으나 10월 물가가 3.2%를 기록하며 물가 안정 목표 달성 필요성에 더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에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KDI 현안분석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의 하락폭은 미미하다”며 “아직 우리 경제가 견고한 회복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테이퍼링 외 리스크도 여전하다. 이 차관은 “중국의 헝다그룹,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과 같은 리스크 요인들이 중첩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경우도 경기회복 속도와 각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키워 금융시장 불안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