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철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전고체전지 상용화 기반 연구를 선도하는 이차전지 소재 전문가다. 전고체전지 신소재에서 신공정까지 독자적 연구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불연성 고체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이 없고,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안전한 차세대 전지다. 안전장치나 분리막이 필요 없어 고용량화, 소형화, 형태 다변화 등도 쉽다. 하 연구원이 나노집전체, 나노전극 등 나노에너지에서 전고체전지로 주력 연구 분야를 전환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전까지는 주로 나노에너지를 연구했다. 당시 KERI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며 이차전지 안전성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전고체전지가 가장 유망하다고 느껴 결심했다”고 말했다.
연구 분야 전환 후 첫 성과는 2018년에 나왔다. '160도 저온에서 결정화 가능한 고체전해질 원천기술'을 개발, 전고체전지 실용화의 걸림돌이던 저항 문제를 해결했다. 전극 내 고체전해질 이온전도도를 높이고 고체전해질과 활물질 간 계면 저항을 낮춘 '저온 소결형 고체전해질 소재와 전고체전지 제조 공정'도 개발, 국내외에 특허 출원했다.
올해는 고체전해질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업에 이전하는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고가 황화리튬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대량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대비 고체전해질 생산 원료비를 15배 이상 낮춰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한 핵심 관건인 저비용과 대량생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 연구원은 “이 기술의 핵심은 '공침법'이다. 서로 다른 이온을 수용액이나 비수용액에서 동시에 침전시키는 방법으로, 간단한 용액 합성 과정만으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저가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이온 전도도와 연성이 높아 극판과 분리막 제조가 쉽다. 하지만 주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비싸고, 다른 원료와 혼합 공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드는 '볼밀법'을 사용해야 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생산 결과물도 소량에 그치고, 100g당 가격도 수백만원에 달했다.
지난달 전기·전자 재료 전문기업 대주전자재료에 이 기술을 이전했다.
하 연구원은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기술이전 후 상용화를 지원하는 '테크브릿지 활용 상용화기술개발사업'도 확보, 대주전자재료와 공침법 고도화, 고체전해질 제조 공정 스케일업을 이어간다.
대주전자재료는 내년 제2공장 부지에 파일럿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고체전해질 양산 시설 기반을 마련한다. 전고체전지용 리튬 음극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 전고체전지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전고체전지 가운데 가장 유망한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는 일본이 원천 소재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 규모는 오는 2035년 약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 연구원은 “전고체전지 적용 유망 분야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꼽고 있지만 현재 리튬이온전지 적용이 어려운 고온 환경이나 고도 안전성을 요하는 특수 분야가 상용화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이 같은 특수 분야 및 산업에서 우선적으로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이뤄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