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가 지식재산권(IP)과 정보기술(IT) 분야 소송에서 괄목할 만한 승소를 이끌어내며 업계 최강자 입지를 굳히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민후는 국내 숙박 플랫폼 '야놀자'를 대리해 여기어때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승소를 이끌었다. 이와 함께 국내외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동요 '상어가족' 저작권 침해 소송도 승소로 이끌어 주목받고 있다.
민후가 대리한 야놀자 소송 건은 여기어때가 '크롤링'을 통해 야놀자에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다퉜다.
일반적으로 크롤링은 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저장된 문서를 수집해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로 정의된다.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 정보를 가져와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보통은 웹상에 뿌려져 있는 정보를 긁어오는 데, 야놀자·여기어때 사건에서는 사안이 달랐다.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야놀자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여기어때 측이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된 API 주소 등을 파악해 직접 명령어를 넣어 정보를 받아갔다”면서 “재판부도 이 부분에 있어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롤링은 과거에 있었던 리그베다위키 사건이나 잡코리아 사건 등에서 위법하다고 정리된 사안”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그 위법성을 재차 확인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크롤링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 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민후 측에 따르면 크롤링이 위법 범위에 들어간 이유는 누적된 데이터를 통째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 보안 솔루션을 갖추고 데이터베이스 보안을 강화해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민후 측은 “이번 사건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액은 10억원으로 낮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그럼에도 항소심에서는 오히려 손해배상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퉈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후는 최근 백상아리를 묘사한 동요 '상어가족' 저작권 침해 소송도 승소로 이끌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노래의 쟁점은 작곡가 조니 온리가 구전 가요를 바탕으로 창작한 노래 저작권을 국내기업 스마트스터디가 침해했는지 여부다.
김 대표변호사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본 사안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원고(조니 온리) 창작물이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며 의뢰인(스마트스터디)의 콘텐츠가 원고의 창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해냈다”고 설명했다.
민후는 이밖에 경쟁사 등록상표를 동의 없이 네이버 키워드 검색광고에 활용한 사건에서 가처분 인용,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에 웹서버도 포함된다는 판결 등을 이끌어내며 IP·IT 분야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민후의 이 같은 경쟁력이 김 대표변호사의 이력과 차별화된 협업시스템에서 나온다는 시각도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1998년 서울대 공과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뒤 변호사가 됐다. 때문에 그는 법률전문가이지만 동시에 IT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특히 민후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을 도입해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른바 '원펌 시스템(One-Firm System)'이라고 이름 붙여진 협업시스템이다. 형사·민사·IT 등 여러 분야 사안이 섞인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전문가가 신속하게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을 말한다. 복잡한 문제도 한 곳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시스템의 강점이다.
최근 민후는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IT·IP·기업법·핀테크 등에서 닦아온 경험과 실력을 기반으로 전문성과 서비스를 갖춘 로펌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