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직업교육, 전문대학에서 길을 찾다]〈상〉4차 산업혁명 대응, 고등교육 체제 혁신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이 위기다. 대학 재정난은 날로 심화되고 대학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는 심각하다. 고교 졸업자 약 70%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학 졸업 후 심각한 취업난을 겪는다. 고등교육이수자(25~34세)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가 50%를 기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고등직업교육 혁신 방안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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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메타버스,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반도체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고숙련·고부가가치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등교육을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해 미래사회에 대응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발간한 '2021 인사이드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 등 기술발전에 따라 직업교육에 적극 개입하며 국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건의 시작을 직업교육 투자에서 찾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개인 경력개발과 기술 숙련 향상 핵심으로 우리나라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커뮤니티컬리지와 직업훈련기관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2년간의 커뮤니티컬리지 교육을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교육 거버넌스 확립과 함께 직업교육 부문 투자가 이뤄져야한다고 봤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대 신산업 분야에서 2029년까지 산업기술인력 15만 5000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반도체, 신금속, 차세대세라믹, 첨단화학, 하이테크 섬유 5대 신산업의 2019년 말 기준 인력 11만1000명에서 4만4000명(40%↑)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가전, 증강현실(AR)·가상현실(AR), 첨단신소재 분야는 2027년까지 16만5000명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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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업무자동화로 단순·반복 기능인력이나 중·저수준의 관리직 고용은 감소하는 추세다. 산업 및 직업구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양극화 심화를 완화하기 위한 고등직업교육 강화 필요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직업교육기본법(가칭)'을 제정해 고등교육 체제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문연구중심대학은 학부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대학원 정원을 증원해 고급인재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한다. 직업교육중심대학은 일반대, 전문대, 산업대, 기술대, 폴리텍대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 학문체제로 개편한다. 국고 재정도 직업교육중심대학은 학부(1~4년)에, 학문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석·박사)에 각각 지원한다. 일반대와 전문대, 이분화된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고 고등교육 정체성을 명확히 정립하는 방안이다.

직업교육기본법(가칭)을 통합 대학 재구조화 학제 비교, 자료=한국전문대학교육협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직업교육기본법(가칭)을 통합 대학 재구조화 학제 비교, 자료=한국전문대학교육협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

대학 재구조화와 함께 상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회생가능대학, 부실대학, 한계임박형 대학의 자발적 퇴로를 지원하고, 선제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학생에게는 서열화된 대학 선택 대신에 미래 희망 직업에 따른 선택을 하도록 한다. 중등단계부터 미래직업 중심으로 전공을 선택하고 전공, 직무가 일치할 수 있도록 한다. 학벌중심 사회가 아닌 능력중심 사회로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직업교육중심대학은 수업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해 산업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1년 미만은 재직자 재교육이나 경력단절자 재취업교육, 2~3년은 중견기술, 4년은 신산업 필요 직무 기술 등으로 중소·중견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과 평생교육체제 전환이 손쉬워진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대학 분류가 학제를 중심으로 서열로 분류해놓아 학부모나 수험생들은 2년 과정이면 충분한 전공이어도 막연하게 4년제 대학을 선택한다”며 “연구중심과 직업교육 중심으로 구분하면 직업교육을 추구하는 일반대와 전문대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