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크 채운 조선업계, 안정적 수주 랠리로 수익 늘린다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업계가 안정적 수주 잔고를 확보한 데 이어 선별수주와 강재 가격 인상분 적용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지난 10월 기준 203억달러(약 24조819억원)를 수주, 올해 목표치 149억달러(약 17조6729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향후 2~3년 간 수주 걱정을 덜었다는 얘기다. 통상 선박 건조부터 인도까지는 2~3년 걸린다.

조선업계가 일찌감치 목표치를 채운 것은 해운업황 개선과 친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조선 3사가 직접 수혜를 입었다.

몰려든 발주로 선박 신조 가격은 급등세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 지수는 152.28포인트를 기록했다. 연초 127포인트 대비 약 20% 뛰었다. 이 지수가 150포인트대에 진입한 것은 조선 호황기였던 2009년 7월 이후 12년 만이다.

특히 컨테이너선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 신조 지수는 95.96포인트로 약 25% 상승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증가한 해운 물동량에 대응하기 위해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렸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1507만1478CGT(386척)로, 199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조선업 초호황기였던 2007년 1321만7003CGT를 웃돈다.

수주 잔고 확보에 가격 상승까지 더해 조선업계에는 화색이 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발주 감소를 점치지만 조선업계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수익 개선까지 기대하고 있다. 내년 세계 발주량이 감소해도 최근 10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오히려 선별 수주와 강재 가격 인상분 적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운업계 피크아웃(고점 통과) 등을 이유로 내년 조선 3사 수주량이 올해 대비 2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을 냈다. 세계 발주량이 3500만CGT로 올해 4130만CGT 대비 줄고, 조선 3사 수주는 1300만CGT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세계 발주량이 이례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내년도 예상 발주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이라면서 “오히려 도크를 채운 조선사들은 최근 10년 평균에 육박하는 안정적 발주를 바탕으로 선박 신조 가격을 올리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리즈 선박 중심으로 선별 수주하고, 인상된 강재 가격을 선박 가격에 포함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경쟁국인 중국의 경우 오는 2024년까지 도크를 채운 만큼, 국내 조선 3사 가격 협상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