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트렌드]코로나가 불러온 교육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코로나19가 전 산업 분야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취업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오히려 소프트웨어(SW) 분야는 비대면 시장 활성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추세에 따라 특수를 맞이했다.

커리어 플랫폼 원티드에 따르면 개발자 약 5500명의 연차별 평균 연봉상승률이 5년 전인 2017년도에 비해 2년차 이하는 약 65% 상승한 평균 연봉 3800만원, 3~5년 차는 약 58% 상승한 4600만원, 6~8년 차는 약 46% 상승한 5500만원, 9~11년 차는 약 35% 상승한 68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며 개발자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정부와 업계 역시 향후 5년간 국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SW 관련 인력을 35만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개발자 수요 증가와 처우 개선에 따라 학생은 물론 다른 직종에서 종사하는 이들도 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학교나 학원 등 교육 시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코로나가 SW산업은 물론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다만 SW업계 특성상 현장에서 바로 투입돼 실적을 낼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 기관은 이런 산업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SW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한국소프트웨어인재개발원(KOSMO, 이하 인재개발원)은 이런 기업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직무수행 능력을 쌓을 수 있는 커리큘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철영 인재개발원 대표는 “훈련 예정인 교육 커리큘럼을 각 기업의 현직 개발부서 책임자와 인사팀에 오픈한 뒤 교육 수준을 묻고 검증받는 절차를 통해 기업이 정말로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료식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인재개발원
수료식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인재개발원

이를 통해 인재개발원은 연간 700여명 교육생을 수료시키고 있으며 취업률은 90%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21년 K-디지털 트레이닝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신기술 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펼쳐지는 효과적인 직무교육

코로나는 교육 분야뿐 아니라 방식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비대면 기조가 활성화되면서 영상 교육이 일상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이를 넘어 메타버스를 통한 교육도 기업과 기관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대학 입학식이 캠퍼스 대신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뤄지고 기업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나 공무원 직무교육에 메타버스 플랫폼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은 주로 딱딱한 공직 업무를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직무 역량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상회의에 메타버스 기술이 결합된 '게더타운(Gather.town)'은 '줌'이나 '구글미트(Google Meet)' 등 영상회의 플랫폼 한계를 넘어선 자연스러운 학습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더타운은 영상회의 플랫폼에 메타버스 요소가 결합한 플랫폼이다. 게더타운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순간에만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고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아바타가 서로 소통하기 때문에 참가자는 컴퓨터 화면에 비친 상대방 얼굴을 계속 응시해야 하는 부담감과 피로감, 일명 '줌 피로증(Zoom Fatigue)'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회사 로비나 대회의실, 미팅룸 등 어떤 공간이라도 오프라인을 그대로 옮겨 구현할 수 있어 가상세계에서 오는 괴리감도 줄어든다.

시흥시청 7급공무원 대상으로 론칭한 게더타운 기반의 거버넌스6
시흥시청 7급공무원 대상으로 론칭한 게더타운 기반의 거버넌스6

최근 시흥시청 공무원들이 게더타운을 직접 경험했다. 디지털러닝 콘텐츠 전문기업 (주)위드플러스(대표 이광표)는 게더타운을 기반으로 한 공공행정시뮬레이션 '거버넌스6'를 시흥시청 7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론칭했다.

거버넌스6는 디지털 게임시뮬레이션기반 학습(GBL) 방식으로 결정된 정책을 기한 내 목표 수립에서부터 자원 확보, 대외 협력, 이슈 분석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경험하는 공공행정 경영 시뮬레이션이다.

거버넌스6는 수원 화성 축성을 계획하는 정조가 민심을 얻고 반대세력을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계획수립' '자원확보' '정책설명' '여론형성' '정책결과' '정책평가' 등 6가지 경영역량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설계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공행정 및 공공경영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

24주의 행정 집행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슈에 따른 민심과 예산을 관리할 수 있으며, 도착 후 민심과 예산의 최종 합계를 확인하고, 타 팀과 비교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토론한다.거버넌스6는 링크만으로 회원가입 없이 게더타운 상에서 진행된다. 학습자들은 각 조로 이동해 조별활동을 진행하고, 교육과정은 '거버넌스6 룸'으로 이동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출발지 선택 후 역량카드, 정보카드를 구입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마치 게임을 하듯 재미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역량을 키운다.

시흥시청에서는 10월 한 달 간 4회에 걸쳐 교육을 진행했다. 이 중 2차 교육에 참여한 유재호(의회사무국) 주무관은 “이렇게 만족한 교육은 처음이다. 비대면 강의인데도 오히려 대면 강의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거버넌스6는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했다. 기획에 참여한 김창엽 강사는 “거버넌스6의 학습 완성도를 위해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박사 연구원들 및 KAIST 행정발전교육센터 직원들과의 테스트 과정 및 조언을 반영해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획 및 이번 시흥시청 과정의 퍼실리테이션 구조를 설계한 김석윤 강사는 “싸이월드 감성의 게더타운을 활용한 교육을 통해 교육생들이 정책 집행 과정을 마치 게임을 하듯 재미있게 받아들였다”면서 “이번에 진행한 게더타운 버전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시뮬레이션 학습 프로그램을 결합함으로써 정책 집행 과정의 A부터 Z까지 온전한 프로세스를 익힐 수 있어 기획 의도를 잘 살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11월에는 부산시인재개발원 신임자 교육에 메타버스 이해 및 전략적 사고 소통과 협업을 위한 프로그램에 위드플러스 프로그램이 게더타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광표 대표는 “위드플러스의 디지털 양방향 프로그램은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며 코로나로19 인한 비대면 학습에 최적 방안으로 설계됐다”면서 “기관의 중요한 이슈와 연계해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모델을 단계별로 확보하고 있어 수혜기관과 같이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축산교육 실습도 메타버스에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양돈 실습을 할 수 있는 엑스알터치의 프로그램
메타버스 공간에서 양돈 실습을 할 수 있는 엑스알터치의 프로그램

메타버스 안에서 실습을 한다면 어떨까. 가상 공간에 실제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이론수업보다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에듀테크 기업 엑스알(XR)터치는 가상현실에서 양돈 실습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생은 가상의 돼지를 상대로 사료주기, 배설물 치우기, 영양상태 점검 등의 실습을 실제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할 수 있다.

특히 학사관리시스템(LMS:Learing management system)과 연동돼 교육생 실습 이력과 참여도에 대한 평가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관계자는 “이번 축산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오폐수, 악취 등 민원으로 대도시 인근에서 축사를 지어 실습할 수 없는 교육기관의 고충을 해소했다”면서 “내년 초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파일럿 교육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시국은 수많은 자영업자를 괴롭혔지만 역으로 주춤해 있던 SW산업을 붐업 시키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태동시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변화되는 패러다임을 누가 더 잘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새로움을 따라갈 수 있는 더욱 빠르고 충실한 교육만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호기자 dlghcap@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