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기업인 A사의 사주일가는 회사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고액의 급여를 받고 회사 명의 고급 리조트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사주의 장남은 리무진 승용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며 차량유지비용 수십억원을 회사에 전가했고 사주는 미술품 애호가로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을 사적으로 매매해 빼돌렸다. 사주 동생의 B사를 광고거래 과정에 끼워넣어 통행세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기업자산 사적 이용과 통행세 이익 부당 제공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코로나 반사효과로 매출과 수익이 증가한 알짜회사를 사유화해 이익을 빼돌리거나 일감 몰아조기, 사업기회 제공 등의 방법으로 자녀에게 부를 편법으로 승계한 대기업과 사주일가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국세청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기업 및 대재산가를 대상으로 5039건의 조사를 실시해 총 9조3257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다.
이번 조사에는 IT, 건설·부동산, 사치품 등 코로나19 시기에 반사이익을 누렸음에도 이를 편취한 탈세혐의자 12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사주 자녀 명의로 요람 역할을 할 회사를 설립한 후 사업 기회를 주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등 자녀법인을 부당지원한 경영권 편법승계 혐의자 9명과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변칙 자본거래 등 대기업의 탈루 행태를 모방한 중견기업 등도 적발됐다.
조사대상 업체의 평균 매출은 2019년 7063억원에서 2020년 7514억원으로 평균 6.4% 증가했다. 사주일가가 보유한 총 재산은 지난해 기준 약 9조3000억원으로 2016년 7조1535억원 대비 30.1% 증가했다. 이중 자녀세대가 보유한 재산은 1조8425억원에서 2조5607억원으로 39.0% 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호황을 얻은 기업들은 법인 명의 슈퍼카, 호화 리조트,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해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고액의 급여와 상여, 배당을 통해 기업이익을 가로챘다. 이들은 시가 84억원에 달하는 단독주택, 시가 26억원 콘도 회원권 등을 보유했다.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를 자녀 명의로 설립해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끼워넣기 등으로 부를 변칙적으로 이전했다.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사업시행권, 부동산을 염가 또는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무형자산 고가매입, 사용료 과다지급 등의 편법을 동원했다.
주로 대기업이 사용하던 탈세 방법을 중견기업이 모방한 사례 9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법인이 콜옵션부 전환사채를 발행한 후 사주와 사주 자녀에게 콜옵션을 부여하고 사주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매수한 후 주가급등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편취했다. 콜옵션부 전환사채는 2013년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대주주 사익편취 등에 악용된다는 이유로 발행이 금지된 후 등장했다. 콜옵션부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340여개로 국세청은 이중 대주주 등에게 주가 상승에 따른 콜옵션 전환이익을 무상으로 분여한 사례를 선별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다.
또한 해외 자금을 역외펀드로 위장해 계열사 주식을 우회 거래하고 차명소유 해외법인과의 부당거래로 기업이익을 해외로 유출한 정황도 포착됐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코로나 경제위기에 편승한 부의 무상이전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와 같이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겠다”며 “조사 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 세금 포탈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