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28) 9단이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대국(1~3일, 한국기원)에서 신진서(21) 9단을 2승 1패로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7년 만에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탈환하면서 통산 13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 이어 중국이 11회, 일본이 2회 우승했다. 한국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동시에 차지한 경우는 이세돌 9단(우승)과 박영훈 9단이 결승대국을 펼친 2008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최종 3국에서 초반 좌상변 접전에서 득을 본 박 9단은 실리로 앞서가며 중반 한때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 95%에 육박할 정도의 리드를 잡으며 국면을 주도했다. 신 9단이 백 대마를 추궁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박 9단이 대마를 잘 수습하자 돌을 거뒀다. 박 9단은 개인 통산 다섯 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2년 만에 무관에서 탈출했다. 입단 후 32번째 타이틀을 획득한 박 9단은 신진서 9단과의 상대 전적도 22승 26패로 좁혔다.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은 2019년 6월 춘란배 우승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반면에 국내 6관왕을 질주하고 있는 국내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통산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 사냥에 도전했지만 역전패하며 2년 연속 삼성화재배 준우승에 그쳤다. 박정환 9단은 우승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어렵다고 생각했고 결승1국까지 져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운이 따른 것 같다”면서 “결승2, 3국 모두 정말 내용이 어렵고 한 수라도 실수하면 바로 지는 바둑이었기 때문에 승리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9단은 이어 “이번 우승은 정말 뜻밖이라고 생각한다”면서 “8강전 진출자를 보니 제가 나이가 가장 많더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더 절박하게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결승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후원사인 삼성화재 황상민 상무와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이 우승한 박정환 9단에게 우승 트로피와 우승상금 3억원을, 준우승한 신진서 9단에게 트로피와 준우승상금 1억원을 각각 전달했다.
나성률기자 nasy23@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