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유예, 법적으로 불가…여당發 혼란만 가중

홍남기 부총리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 지원금 지급을 위해 올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내년으로 유예하자고 주장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미 납부를 유예했고 11~12월 납부되는 세금 중 가장 규모가 큰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징수법은 종부세법상 납부 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납부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과 세수를 내년으로 유예해 방역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납부 유예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납부 유예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국세징수법에 유예 요건이 있다”며 “요건에 맞지 않는 건 자의적으로 유예를 해주면 법에 저촉되므로 어렵다”고 답했다.

앞서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영업제한 업종 등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136만명의 세금 납부를 3개월 직권 연장한 바 있다. 올해 11월과 12월에 들어올 세금 중 증권거래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납부를 유예할 성격의 세금이 아니다.

종부세도 유예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납부 예정 세목 중 가장 규모가 크며 올해 세수는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종부세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19.08% 올랐고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이 최대 6.0%로 강화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기존 90%에서 95%로 상향됐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면서 예상한 올해 종부세 납부액은 5조1138억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5조9000억원 규모를 예상했다.

약 6조원에 달하는 세수 규모 때문에 종부세는 여당이 내년 1월 전국민 지원금을 공식화하면서 납부 유예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종부세는 납부 유예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합부동산세법에 종부세는 12월 1일부터 15일까지를 납부기한으로 명시해 놨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고지하는 세액이 아닌 직접 신고한 세액으로 세금을 납부하고자 할 경우에도 납부기한은 지켜야 한다. 법에 정해진 기한이 있는 만큼 이를 유예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종부세 납부 시기를 늦추기 위한 법 개정에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적고, 시기를 늦추더라도 결국 내년에는 세금을 내도록 돼 있어 납세자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어렵다.

또한 종부세를 12월 15일까지 걷도록 명시한 이유는 거둬들인 세금을 전액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교부금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이를 늦출 경우 혼란과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교부금으로 쓰이는 재원인 만큼 여당에서 추진하는 전국민 지원금에 쓰일 수도 없다.

초과세수 활용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해야 하지만 이 또한 명분이 약하다. 정부는 최근 국채시장은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자 긴급히 바이백(매입)을 실시한 바 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