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육상풍력 발전단지의 국산 풍력터빈 채택 비중이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발전용량 4㎿대 풍력터빈도 외산에 밀렸다. 육상풍력 발전단지 규모가 3GW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국산 기자재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
전자신문이 지난 2019년 이후 육상풍력 발전단지를 착공했거나 건설 예정인 46개 발전소(총 3.347GW 규모)의 풍력터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산 비중은 20%에 그쳤다. 풍력터빈 제조사와 모델을 공개한 24개 발전소 가운데 국산은 5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9개(80%) 단지는 외국산 풍력터빈을 채택했다.
국산 풍력터빈은 유니슨 제품이 4개 발전소에 채택됐고, 두산중공업은 1개에 그쳤다. 외산 제품 가운데에는 독일의 에너콘(ENERCON)이 6개 발전소에 적용, 가장 많았다. 베스타스 5개, 지멘스 가메사 5개, 제너럴일렉트릭(GE) 3개 등으로 집계됐다.
풍력터빈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거나 아직 채택 이전인 발전소는 22개지만 국산 비중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산 풍력터빈은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저발전용량 제품군에서도 외국산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준공 예정인 79.8㎿ 규모의 경북 청송면봉산풍력발전소는 베스타스의 V136 모델을 채택했다. 이 풍력터빈 발전용량은 최대 4.2㎿다. 가장 많은 발전소에 채택된 에너콘 제품의 발전용량도 4~4.2㎿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풍력터빈을 선정할 발전 사업자들도 국산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국산 터빈 가격이 외산 대비 20% 안팎으로 비싼 데다 운용 및 사업 실적 등도 뒤처지기 때문이다.
국산 풍력터비 가격은 ㎿당 약 13억원인 데 반해 외산은 약 9억원에 불과하다. 외산 터빈은 이미 20년 이상 운영 실적이 있지만 국산은 그렇지 않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11일 “20년 이상 풍력발전을 해도 내부수익률은 약 5%에 불과하다”면서 “고장 등 리스크까지 안으면서 국산 터빈을 선택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산 풍력터빈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적용하거나 공공기관 발주 시 국산 제품 채택 비중을 의무화해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풍력발전단지 조성은 민간 영역이어서 정부가 국내 터빈 업체를 지원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된다”면서 “다만 정부는 국내 터빈 업체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지원 외에 각종 실증단지, 시험인증센터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