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기존보다 더욱 발전한 '2.0' 시대를 준비합니다. 국가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김복철 NST 이사장의 말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이끄는 NST가 출범한지 7년. 그동안 각고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했다. 성과를 더욱 키우고 구체화해 NST와 출연연 체계를 '제대로 띄워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출연연, 그리고 NST 역할은 컸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1966년 출범한 이래 55년. 출연연은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을 이루고, 여러 국난을 극복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그리고 NST가 이를 총괄한다. 'NST 2.0' 구상으로 출연연이 지금보다 현격한 발전을 이룬다면 단순히 연구기관 집합의 발전을 넘어, 국가 '퀀텀점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 NST 이사장 직에 오른 것이 김 이사장이다. 그를 만나 새로운 출연연 운영 리더십과 비전,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대담=정동수 전국총괄 부국장
-취임 100일 남짓 시간이 지났다. 산하 기관장일 때와 NST 이사장일 때, 어떤 차이가 느껴지는지.
▲지질연 원장을 맡기도 했고, NST 정책본부장,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도 지냈던 터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이사장 자리는 확실히 다른 것을 체감하고 있다. 취임 후 100일이 마치 1년인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쉽지 않았고 바쁘게 지냈다. 원장은 한 기관 발전을 위주로 생각하면 됐지만, 이사장은 25개 출연연 기관 전체를 생각해야 하니 책임감도 더욱 크다. 30년 넘는 출연연 경험이 있으니 욕심이 많다. 출연연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그동안 고민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고 있는데 많은 것을 하려다 보니 NST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워낙 주문이 많아 직원들도 내심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입이 나온 것이 눈에 보인다. 지난 2일에는 취임 100일이라서 피자 파티를 열고, 직원들에게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렇지만 나도 열심히 일했다. 입술만 두 번 부르텄다.(웃음)
-출연연과 NST 경험이 충분한만큼, 곧바로 업무에 나선 것으로 안다. 어떤 NST 발전상을 그리고, 어떤 일들에 우선 착수했는지.
▲지난 1일자로 NST 조직을 개편하면서 NST 2.0을 주창했다. NST 운영이 7년이다. 리더십을 가지고 가야할 시점이다. 모든 것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NST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고 있다. 융합생태계 기반 연구를 강화하고, 연구행정 선진화로 연구행정을 일신하고자 한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가해지게 된다. 우선 출연연 융합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안정적 연구환경을 구축해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NST 융합연구사업은 현안 중심으로 주제를 발굴·기획하고, 자문기구로서 융합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왔지만, NST 내부에 융합연구를 총괄 분석하고 기획하는 전담조직이 없었다. 전략기획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을 확충해 융합연구사업 전략기획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융합연구사업은 2014년에 설계해서 이듬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제 성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융합연구단)이 특히 주목을 받았고 300억원가량 경제적인 성과도 얻었다. 융합연구사업이 출발할 때는 사실 안좋은 얘기가 많았는데, 욕을 먹으면서 밀어붙인 사안이었다. 이제는 제대로 띄워볼 생각이다. 융합연구사업으로 게임체인저 원천기술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트랙도 만들고자 한다. NST 소관이 아닌 외부기관의 융합연구사업 진입장벽도 완화할 계획이다. 융합생태계 안에서 국가가 필요한 성장동력을 만들려면 대학을 비롯한 모두가 참여하는 개방형 융합생태계가 이뤄져야 한다. 기획 단계부터 외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연구내용을 구성하고, 실제 연구 수행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기관부담금 완화를 통해 다양한 연구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자 한다.
-연구행정, 정책 부분에서의 NST 2.0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연구행정 부분을 먼저 보면 지난해 과기출연기관법 개정에 따라 출연연 자체감사 기능이 NST로 통합, 일원화됐다. 현재 NST 내에 감사전담 조직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감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합감사로 출연연 연구 현장 감사 부담을 최소화하고, 과학기술 분야의 자율·창의적인 업무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감사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연구행정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구행정선진화센터를 연구행정혁신부로 이름을 바꾸고 조직개편을 진행, 힘을 싣고 있다.
정책 부분에서는 특히 '연구개발전략위원회' 신설을 준비 중에 있다. 연구자들이 출연연 정책과 연구방향 설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다. 출연연 연구주체 간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자가 중심이 된 연구환경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말 과기출연연법 개정에 따라 법적 기반이 마련된 덕분이다. 연구개발전략위원회 조직 그림을 꽤 크게 그리고 있다. 전담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인원 설계에 들어갔다. 위원회까지 갖추게 되면 정책 분야에서도 이전과 다른 NST 2.0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늘 '문화'를 강조해왔다. 출연연 전반에 어떤 문화를 고치고, 또 심고 싶은지.
▲30년 넘게 어떻게 출연연이 보다 더 국가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기관장 시절에는 조직문화를 첫 번째 성과목표로 설정하고 전 구성원이 고민해 '전문성, 존중, 소통'을 핵심가치로 선정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25개 출연연 전반에 걸쳐 연구자의 도전 정신,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연구자 간, 구성원 간 교류와 소통의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회에 융합연구 전략기획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부서를 각각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 및 큰 폭의 인사이동을 실시하기도 했다. 출연연과 NST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면 불가능은 없다. 도전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출연연의 세계 일류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일구고 싶다.
-출연연 특허나 기술이전 등 경제적인 부분에 지적이 적지 않은데, 관련 견해는.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이나 지적재산권(IP) 관련 조직 개선 등 경제적인 부분 관련 구상도 있는지.
▲출연연 기술사업화 성과 활성화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사실 출연연은 상용화 전단계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특성이 있으며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사업화 성공률이 낮은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다. 게다가 성과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연구소기업, 창업 등이 활성화되면서 특허 등 단순 기술이전 외의 직접 사업화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2011~2015년 123건 창업이 이뤄졌는데, 2016~20년에는 222개로 늘었다. 출연연 기술이전 기술료 수입 또한 2016년 968억원에서 지난해 1215억원으로 늘었다. 사상최대 12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5년간 기술료 수입은 52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 NST는 특허사전심사 강화로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특허 출원 및 활용률을 제고하고, 특허 전주기 관리 강화로 미활용 특허 발생을 방지하는 등 노력 중이다. TLO 조직 역량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역량교육, 마케팅 지원사업, 성장도약 지원사업 등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개별 출연연 TLO가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고 종합·체계적 지원을 통해 시너지 및 상향평준화 효과를 얻고자 '공동 TLO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출연연 우수기술 및 사업화 기술의 수요발굴·기업매칭 등 공동마케팅 지원과 공동 변리사제 운영 및 후발 TLO 집중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전략형 TLO 전문가 교육을 기획·추진중이며, 예산·조직 등 성과확산 역량이 취약한 TLO를 대상으로 IP 경영활동 및 성과확산 전주기 집중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곧 대선이다. 정치권에 의견을 전달하고픈 출연연 현안이 있다면.
▲기술패권 경쟁,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 감염병 등 글로벌 이슈에 있어 과학기술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가 R&D 예산이 1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이제 국정 운영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GDP 대비 총연구개발비 비중은 4.64%로 세계 2위, 총연구개발비 규모는 세계 5위 수준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렇지만 투자 규모 총량에 있어서는 주요국과 격차가 매우 크다. 격차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제 R&D 정책은 투자 효율성 중심에서 효과성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연은 국가혁신체제 및 과학기술 중심 국가경영에 있어 중요한 정책수단이자 국가전략자원이다. 국가 정책과 현안에 대응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공공 인프라와 서비스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성장을 뒷받침 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2만여명의 연구자들이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다. 지난 50년 넘게 나라와 국민이 이 전략 자산을 키워왔다. 당연히 잘 이용해야 하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으로 출연연을 봐주시길 바란다. 출연연이 산학연 R&D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거듭나 국가적 R&D 리더와 허브 역할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융합생태계 조성, 연구몰입에 장애요인은 없는지 세심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김복철 NST 이사장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지질과학과를 나와 같은 곳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얻었다. 1988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 폭넓은 출연연 연구현장 경험을 갖췄다. 뿐만아니라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NST 정책본부장 직을 수행, NST 경험도 겸비했다. 최근까지 지질연 원장을 역임했고, 다시 이사장으로 NST에 복귀했다. 2017∼2018년에는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장과 한국석유지질퇴적학회장,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도 지냈다.
정리=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