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P2P금융' 제도권 맞나?

[기자수첩]'P2P금융' 제도권 맞나?

“곧 접속 장애가 해결될 것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인간(P2P) 대출 금융투자 업체 피플펀드의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장애가 보름 넘게 지속되고 있던 지난 12일 금융감독원(금감원) 관계자가 한 설명이다.

피플펀드는 P2P 대출 규모(1조1666억원)로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지난 5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 시행에 따라 어엿한 제도권 금융사로 발돋움했다. 과거 대부업으로 등록해 사업을 영위하던 곳이었지만 P2P 혁신성을 인정받아 핀테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제도권 금융사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앱을 켜면 강제 종료되는 오류로 소비자 불편을 양산했다. 그러나 이를 감시할 금감원의 대처는 안일하다 못해 무심했다.

외려 기자에게 “소비자 피해가 생긴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있던 돈이 사라진 건 아니고, 모바일 앱 대신 PC 웹으로 접속하면 이용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옳은 말도 아니었다. '제도권 은행 앱에서 같은 일이 벌어져도 기다리고 있을 거냐'고 묻자 그제야 “경위를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감독 당국의 안일한 태도와 함께 피플펀드도 고객서비스에 안일한 듯 보였다. 지난달 27일 이용자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복구하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이튿날 '(PC) 웹으로 접속'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어떤 경위로 일어난 일인지, 언제쯤 다시 앱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이달 11일이 되어서야 “제도권 금융사로 편입 후 금융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금융보안원 등의 요구 사항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구글 본사 심사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고 경위를 알렸다. 유관 기관과 구글 잘못은 있지만 피플펀드 스스로 '심사 지연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식의 자기반성은 없었다.

답답한 소비자들은 금감원도 피플펀드도 아니라 구글 앱 마켓 사용자 리뷰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오가는 금융 앱이 접속조차 안 되면 돈 맡긴 사람들은 뭐가 되나” “금융 앱의 검수가 이렇게 허술하면 보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등 불편과 불만·불안 섞인 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소비자 불편이 이처럼 가중됐지만 '피해가 없으니 기업을 믿고 기다려 보자'는 감독 당국의 논리는 자칫 이제 막 제도권에 오른 P2P 업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마주하게 될 혁신 핀테크업을 대하는 당국의 바람직한 태도도 아닐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감독 당국과 P2P금융 모두 P2P금융이 진정한 제도권 금융이 됐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