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업계가 내년 사업계획을 놓고 고민이 커졌다. 올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이어 은행권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신용대출까지 옥죄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수익성 악화에 따라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여신액은 93조36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27.5% 증가했다. 저축은행 여신액은 규모의 경제로 매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2018년 9월 57조2882억원이던 여신액은 2019년 9월에는 62조5392억원, 지난해 9월에는 73조2318억원까지 불어났다.
여신액이 늘면서 저축은행 이자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이자순이익은 2조8167억81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4272억6400만원과 비교하면 16%가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법정 상한금리 등이 인하되면서 내년부터 전체 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7월 종전 24%였던 법정 상한금리를 20%로 4%포인트(P) 내렸다. 이에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도 연 16%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현재 수익성은 현재보다는 과거 대출 물량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면서 “여신 규모 확대에도 전체 이자 이익은 이와 비례해 늘지 않았고 상한금리가 낮아지면서 수익성은 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이내'로 축소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풍선효과를 우려해 제2금융권까지 이 같은 규제를 확대하면서 대출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앞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각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이자 이익에 이어 전체 대출 규모까지 줄어들면서 보수적으로 내년도 예산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A저축은행의 경우 내년도 디지털 인프라 투자 축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다른 저축은행도 다르지 않았다. B저축은행은 아직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일부 예산삭감은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한금리 인하에 대출 확대도 제한이 걸리면서 내년은 저축은행이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초반 대대적인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하던 저축은행들이 최근 잠잠해진 것은 이 같은 업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