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조달행정에 멍드는 기업

같은 입찰공고 두고 지역별 해석 제각각
1순위 업체 선정 2시간 만에 취소 촌극
최종계약 전 취소해도 법적 문제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몫" 불만 토로

일관성 없는 조달행정에 멍드는 기업

조달청이 똑같은 사업의 입찰공고 해석을 달리해 피해 기업이 발생했다. 최종 계약 전까지 공고 진행을 취소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A기업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광주지방조달청이 입찰 공고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경비함정 레이다(SSPA) 구매·교체 설치(리스조건부)' 건에 대한 개찰 결과 계약 1순위 업체로 선정됐지만 2시간 만에 취소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정부 사업을 따낼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입찰공고 취소로 처음부터 다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광주지방조달청은 공고 취소에 대해 적격심사 공급자 확약서나 보증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는 내용이 잘못됐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실제 해당 공고에는 '적격심사 대상자는 반드시 수요기관에서 제시하는 규격 또는 동등 이상 규격에 따른 납품이 가능한 업체로, 제조사(혹은 수입총판)에서 발급한 공급자 확약서 또는 보증서를 적격심사 기간 동안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토 결과 공급자 확약서 제출 품목이 아니고 납품업체를 지정해서 공급자 확약서를 제출하는 게 공정경쟁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요기관인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공급확약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완료하기 위한 장치로 넣어 놨고, 해당 내용도 조달청과 논의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똑같은 사업이 강원지방조달청에서 계약까지 완료됐다는 점이다. 강원지방조달청은 지난달 '해양경찰 함정 신형 레이더(SSPA) 구매·설치' 입찰공고를 진행해 1순위 업체와 계약을 완료했다. 해당 공고에는 공급자 확약서나 보증서를 수요기관에 제출하라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강원지방조달청은 공급자 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공고 내용이 전혀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똑같은 사업을 두고 지방 조달청마다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업은 인천·제주 등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A기업 대표는 17일 “애초에 수요기업이 공고 내용을 잘못 보냈다면 조달청에서 걸러져야 하는데 실수했다며 개찰 결과를 발표하고도 돌연 취소한 뒤 재공고 조치하면 2, 3순위 업체에 오히려 특혜를 주는 것”이라면서 “최종 계약 체결 전이어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서 쉽게 취소 결정을 내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기업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내부적으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공고를 취소한 상태”라면서 “품목과 그에 따른 규정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담당자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이로 말미암아 발생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