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자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팍스로비드는 알약 형태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필요한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 활성을 억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차단한다.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결과 진단 후 3일 이내에 치료제를 복용한 경우 입원 및 사망 확률을 89%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팍스로비드가 승인을 받으면 코로나19 경증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재택 치료를 하며 입원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 의료 체계 부담을 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표준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는 병원에서 정맥주사 형태로 주입되기 때문에 주로 입원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팍스로비드는 5일 동안 하루에 두 번 팍스로비드 2알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로 쓰이는 기존 항바이러스제인 리토나비르 한 알을 혼합 투여하는 방식으로 복용하게 된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환자들에게 이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는 영국에서 지난 4일 최초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FDA도 이달 말 몰누피라비르의 사용 승인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연다. 머크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할 경우 입원·사망 확률이 약 50% 줄어든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경구용 치료제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머크와 20만명분, 지난달 화이자와 7만명분 구매약관을 각각 체결했다. 나머지 13만4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도 이달 중 마무리된다. 선구매한 경구용 치료제는 내년 1분기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