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행정문서를 데이터 친화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과감히 전환하는 이른바 '데이터 시대 행정문서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행정문서혁신 정책은 단순히 공공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전체의 전자문서 사용 패러다임에 혁신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인프라가 우수한 국가로, 정부의 모든 문서가 이미 100% 가깝게 전자문서로 전환됐다. 그러나 지난 기고 '전자문서와 디지털문서'에서 언급한 대로 단순히 종이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것으로는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현재 우리 업무에서 발생하는 많은 전자문서가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 이를 찾아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주로 키워드로 검색하게 된다. 파일 제목이 해당 키워드가 아니라면 찾기는 어려워진다. 이처럼 업무에 필요한 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해도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충분히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문서 내에서 키워드나 파일명 검색은 유효했지만 파일 내용 전체 검색은 어려웠다.
이 문제는 개방형 문서 포맷으로 변환하면 해결된다. 파일 내용 전체 검색 등 지능형 문서 사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정책을 발효한 것이다. 사실 공공 업무나 민간 업무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문서 생산으로 시작해서 기안이나 결재, 공유 및 유통, 보관 등 문서 생애주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행정문서 혁신에서 주목할 부분은 목표가 단순히 문서의 작성 관행 개선이 아니라 데이터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향후 사회가 데이터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결과제로,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에서 생산되는 문서의 데이터 분석 및 활용성이 높아진다면 의사결정이나 협업, 지식 재활용 등 업무 전반의 생산성과 조직의 상호 소통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문서 작성 관행을 바꾸는 게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수년 전에 유행한 지식경영(KM)의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기업에서 생산해 보관하는 문서의 지식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식경영의 궁극적 목적은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지식의 재활용, 협업, 의사결정 지원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문서 내에서 데이터 활용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지식경영에 실패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정부의 행정문서 혁신은 진정한 디지털 문서로의 전환 기회이기도 하다. 필자는 디지털 문서는 완전히 디지털로 처리되는 문서 또는 정형화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문서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단순히 행정문서를 데이터 친화적으로 바꾸는 선언적 내용이 아니라 실제 이를 위한 활동임을 알 수 있다. 범 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보도자료, 연구보고서, 공공서식, 채용공고문, 위원회 결정문 등 문서 대상으로 데이터 친화적 접근 방안을 고민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이를 통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당장 국민 편익 측면에서도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보도자료의 경우 개방형 문서 포맷을 기반으로 하고 속성값을 부여함으로써 데이터 추출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언론, 기업, 국민 등 관심 있는 이해당사자가 보도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수작업을 하거나 별도의 스크랩하는 툴 등을 이용했고, 실제 데이터 처리는 별도의 작업을 통해 정리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번 발표를 보면 개방형 문서 포맷의 구조적 특성(문서 내부가 XML로 구성)을 활용하고 주요 정보(제목, 담당자, 담당자 연락처 등)에 대해 속성값을 부여함으로써 보도자료 내부 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언론 등은 내부의 기사 콘텐츠관리시스템(CMS)과 연계가 가능하며, 사람의 개입 없이 보도자료 등록 및 활용도 가능하다. 향후에는 빅데이터 활용이나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연계도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친화적 문서 활용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될 것이며, 이로 인해 생태계는 다양하게 확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흐름이 민간으로 이어져서 기업 내부 문서를 데이터 친화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계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정부의 데이터 시대 행정문서 혁신 추진방안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국민과 산업계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전자문서와 관련된 기술은 글로벌하게 상위권에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전자정부 발달로 말미암은 영향은 실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책 역시 글로벌하게 한국의 전자정부가 더욱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우리 산업계도 관련 기술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책 추진 시 우수한 국내 기업의 전자문서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기 바라며, 수출까지도 연계돼 국가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김성규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 회장 gform@epost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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