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핀테크, 13.5억 인구의 아프리카 시장이 한국을 부른다.

이충열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제통계학부 교수

<기고>핀테크, 13.5억 인구의 아프리카 시장이 한국을 부른다.

빈곤·정치불안·저개발국가·식민지·노예. 우리가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16세기 대항해시대 이래 유럽의 식민지로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자원을 수탈당했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많은 내전과 정치불안으로 기아와 빈곤을 겪었었다.

최근 아프리카가 변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정치적인 안정을 찾고 경제발전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들 국가들은 최근 ICT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발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해 다양한 경제활동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이다.

핀테크는 금융과 ICT의 합성어로 금융에 ICT를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핀테크는 금융서비스가 발전했고, 첨단 ICT가 보편화된 나라에서나 활용되는 모습을 보였다. 저개발국가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분야였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가 발전하게 된 것 역시 우리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ICT 인프라를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핀테크의 도입 추세가 크게 변화했다. 무선 네트워크 기술 발전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 비용이 크게 감소되면서, 핀테크가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접근 채널로써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핀테크가 금융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금융을 접근하게 하는 수단으로 등장하게 됐다.

예를 들어, 넓은 초원의 목동이나 유목민들도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과거에 접근할 수 없었던 금융서비스를 사용하게 됐다. 시골 출신으로 대도시에 일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와 친구들에게 간단하게 송금할 수 있게 됐고, 지점이 없는 작은 마을 사람들도 안전하게 은행에 자신의 돈을 예금할 수 있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나타난 통신사와 은행의 상호 경쟁과 협력관계다. 2007년 케냐의 이동통신사가 무선전화기를 활용한 간단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당시, 케냐의 은행들은 서비스 도입을 매우 반대했다. 자신들이 독점하던 송금 서비스를 통신사가 제공하면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후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통신사가 무선송금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실제 많은 사람들은 간단하게 무선전화기를 통해 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융서비스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의 역할과 예금과 대출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통신사가 아닌 은행과의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 결국 수년이 지난 후에는 은행 계좌수가 폭발적으로 들어나고, 오프라인에서도 전자결제가 사용되는 시대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은행이 계좌수를 늘리기 위해 오랜 기간 홍보했던 것을 이동통신사가 다 해결해준 것이다.

이 케냐의 사례는 최근 아프리카 주변 국가에 확대되고 있다. 기존 금융과 ICT 서비스에서 소외됐던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핀테크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은행이나 아프리카 개발은행 등 국제기구들도 이에 매우 적극적이다. 핀테크를 활용하면 이들 국가에서 경제개발에 필요한 국내 저축 증대와 투자 자금 조달이 가능하게 된다. 이때 이들 국가의 핀테크 도입은 상당수가 외국기업과 협력 하에 추진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들 국가들은 기술과 자본력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등장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 핀테크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은 매우 부족하다. 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국제협력 사업을 수행한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내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시장은 현재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우리나라 젋은이들이 패기와 능력으로 그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cl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