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력양성 정책방안 지상좌담회] "기업과 교육기관 시각차 존재…실질적인 산학협력 필요"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방안 지상좌담회] "기업과 교육기관 시각차 존재…실질적인 산학협력 필요"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디지털 전문인력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 우선순위 연구'을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기업과 대학 등 교육기관은 디지털 인력 양성을 위해 학교와 기업 연계 교육 지원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기업과 교육기관간 의견 차이도 드러났다. 기업은 초·중급 인력의 양적 확대와 기업 현장과 연계된 교육에 중요성을 부여했다. 반면에 대학 등 교육기관은 대학원 위주 소수의 고급 인력 양성 등 질적 향상 교육 필요성을 주문했다.

다만, 교육기관도 대학원과 기업의 공동 프로젝트 지원 정책 등 기업 연계 교육 지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실무와 연계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는 것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전자신문은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 우선순위 연구'를 바탕으로 디지털 인재 양성 정책 우선순위를 짚어보고, 향후 디지털 인재 양성 방향성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

△ 정진섭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

△ 이경배 섹터나인 대표

△ 조원희 지란지교데이터 대표

△ 정찬호 KT 상무

△ 백성욱 세종대 교수

△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 사회=김원배 전자신문 ICT융합부장

◇사회(김원배 전자신문 ICT융합부장)='정규 교육 지원'과 '기업 연계 교육 지원'에 대한 교육기관과 기업간 시각차가 존재한다. 동시에 인재양성의 우선순위를 질적 제고와 양적 확대에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기관과 기업간 견해에도 차이가 있다. 기업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다수의 인력에 대한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반면에 교육기관의 경우 질적 인력 양성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방안 지상좌담회] "기업과 교육기관 시각차 존재…실질적인 산학협력 필요"

◇정진섭(한국정보산업연합회장)=반복되는 이슈다.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 우선순위 연구' 결과는 당연할 수 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걸 수치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업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기본이 돼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학 등 교육기관에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교육기관은 교육 연속성이 필요한 만큼 심화된 교육을 원한다. 눈이 높다. 여기서 시각차가 존재한다. 기업과 교육기관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

◇이경배(섹터나인 대표)=SW 개발자 등 디지털 인재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블랙홀로 불리는 판교에서 인력을 흡수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많은 인력이 이동한다. 이후 중견기업에서 인력이 삼성전자·LG전자로 이동한다. 10~50명 정도 인력 규모의 중소기업은 인재의 씨가 마르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인력이 유출되면 업무 연속성이나 지속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SW 개발자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인력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책적으로 겉돈다. 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사피(SSAFY)'나 KT '에이블(AIVLE) 스쿨'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기업이 대학과 연계해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방안 지상좌담회] "기업과 교육기관 시각차 존재…실질적인 산학협력 필요"

◇조원희(지란지교데이터 대표)=대학과 기업이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 중소기업은 대학에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커리큘럼을 구성하다 보면 교수와 의견 차이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원한다. 교수는 연구자 양성에 중점을 둔다. 산업계와 학계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기업이 제안하는 내용을 커리큘럼에 반영해주길 바란다.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방안 지상좌담회] "기업과 교육기관 시각차 존재…실질적인 산학협력 필요"

◇정찬호(KT 상무)=KT도 10% 정도 인력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근본 문제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인력 양성에 대한 기본 토대를 강화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SW 개발자를 양성할 수 있는 전공을 다 합쳐도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어렵다. 기본 토대를 넓혀줘야 한다.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수요와 공급의 괴리를 좁히기 힘들다. 개발자 채용을 진행해본 결과, 기본 역량이 안 된 사례가 상당히 많다. 학교의 기본 교육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KT 에이블 스쿨이나 삼성전자 사피처럼 비전공자 대상으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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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욱(세종대 교수)=능력 있는 개발자 1명이 10만명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연봉 10배는 줘야 한다. 하지만, 두 배 이상 주는 기업도 찾기 어렵다. 왜 인력을 빼앗기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개발자 가치를 알고 그들을 이용해 얼마나 수익 창출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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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권(이티에듀 대표)=기업과 대학의 시각차는 당연한 이야기다. 기업과 대학이 같은 생각일 수 없다. 인력 수급이 안 되는 이유는 우선 전체적 인력이 부족하다. 여기에 인력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중소·중견기업은 인력 구경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기업과 일부 명문대 협업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나머지 기업과 대학 졸업생은 여전히 구직과 취업에 힘들다.

◇이경배=주 52시간 근무제로 인력난이 심화됐다. 예전에는 밤을 샜는데, 이제 그게 안 된다. 두 사람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 변호사와 의사가 부족해 정원을 대폭 늘린 바 있다. 전체적인 정원 자체를 늘리고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방안 지상좌담회] "기업과 교육기관 시각차 존재…실질적인 산학협력 필요"

◇사회='디지털 인력양성 정책'의 우선순위 분석을 위한 연구조사 결과 '학교+기업 연계 교육 지원'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책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학교+기업 연계 교육 지원'정책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참고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 향후 '학교+기업 연계 교육 지원' 정책의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정찬호=우선, 양적인 문제가 있다.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답이 없다. 복수전공도 해답이다. 내부 인력 보면 복수전공한 인재 역량이 굉장히 좋다. 문과생이 IT 배우면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기존 공대생과 다르다. KT도 매년 인턴을 몇백명씩 뽑는다. 기간은 2개월 정도다. 실제 회사가 해결해야 할 개발 사항을 맡겨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하지만 사실 아웃풋을 내지는 못한다. 인턴 기간을 6개월 정도로 늘리면 좋겠다. 실질적인 산학협력이 필요하다.

◇정진섭=실리콘밸리에는 대학이 있다. 이른바 판교밸리에는 대학이 없다. 시대와 공간의 차이다. 판교밸리에도 대학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중심이 돼 대학 옆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다.

교육과 더불어 인력쏠림 현상 보완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가르치면 무조건 이직한다고 보면 된다. 거의 명제다. 인센티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인력 양성과 동시에 쏠림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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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배=중소·중견기업이 대학과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기 쉽지 않다. 여유가 없다. 사례도 많지 않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원사가 1만개 정도다. 모두 인력난이 심각하다. 협회 차원에서 인력 양성을 대대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정진섭=어느 회사에 가도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은 갈 데가 없어 취직 못한다고 한다. 취업 못한 청년도 교육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인력 양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사람을 아무리 키워도 나중에 대기업으로 이직한다. 대기업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KT에서 1000명 규모로 인력을 양성해 100명을 채용하고 나머지 900명이 중소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찬호=실제로 KT의 경우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에이블 스쿨을 운영 중이다. KT 에이블 스쿨은 청년에게 인공지능·디지털전환 교육을 제공해 실무 인재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매년 1200명씩 3년간 인공지능·디지털전환 인재 3600명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조원희=대기업은 그런 일 없을 테지만 인턴십 과정에 있어 내부 인력 소모가 심하다. 인턴을 지도할 직원의 경우 훌륭한 개발자이지만, 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인턴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재직자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백성욱=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서 주도적으로 기업들 중 직업군 등을 고려해 클러스터링을 하면 어떨까 한다. 예를 들면, 금융, 유통 등 특정 분야별로 하는 것이다. 한 회사로 접근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 기업 컨소시엄으로 기업 구미에 맞게 커리큘럼 짜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신혜권=학교가 지나치게 대기업만 찾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은 당장 비즈니스가 바빠 여력이 없을 것이다. 다만 대학을 찾아다니다 보면 여지가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묶어 교육 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백성욱=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가 내년부터 군 장병에게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해 2026년까지 산업예비인력 5만명을 양성한다. 옛날에는 군대 가면 경력이 단절됐는데, 이제 군대에서 인력이 배출된다.

◇조원희=지란지교데이터 본사가 대전이다. 본사가 대전인 이유로 지방 인력 양성 활동을 다양하게 했다. 웬만한 건 다 해봤다. 학생에게 교육장을 마련해주거나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다. 그래도 대기업으로 간다. 지방 기업에 오지 않는다. 인턴십의 경우 중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은 기업이 대학에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구조다.

[디지털 인력양성 정책방안 지상좌담회] "기업과 교육기관 시각차 존재…실질적인 산학협력 필요"

◇신혜권=지방은 환경이 열악하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협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개별 기업이 하기엔 너무 어렵다. 협단체가 앞장서 대학과 협상해 연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서야 한다. 학교나 학생도 이걸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디지털 인력 양성에 있어 양적 확대를 위해 대학이나 대기업, 정부는 한계가 있다. 좋은 교육 기업이 돌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가 구성돼야 한다. 각각 주어진 역할이 있다. 교육 산업적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정리=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