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마스크 품귀로 온 국민이 혼란에 빠졌을 때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앱이 개발되어 마스크 대란 해소에 기여하고, 코로나 잔여 백신 물량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백신접종률 향상에 기여했다. 공동체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데이터는 이렇듯 기업 자산으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한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을 디딤돌로 삼아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기업들의 의미 있는 도전을 소개한다.】
◇청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는 기업 '딕션'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던 A씨(28)는 지난해 말 퇴사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상대방 말이 “아아엉아아”로 들리기 일쑤였고 일상적인 대화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로 인해 인공와우를 거쳐 뇌가 인식해야 글자 형태로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야 '정체불명'의 발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A씨 사례처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에게 자립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딕션이 개발한 한국어 발음 교정 서비스 '바름'이다. 바름의 음성인식기술은 청각장애인의 단어 발음을 앱이 듣고 들리는 그대로 한글로 표기해 틀린 발음을 인지해 교정해주는 서비스이다.
청각장애 2급인 전성국 딕션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IT기업에서 디자인,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해왔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임원급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기회가 많아졌는데 발음 연습을 도와줄 서비스가 마땅치 않았다”며 '바름'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딕션이 바름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였다. 확보한 수많은 데이터를 가공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서비스 성패의 관건이었다. 이때 딕션에 도움이 된 것은 과기정통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이었다.
회사는 '바름'서비스 개선을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의 음성데이터가 필요했는 데 데이터바우처 지원으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단어·문장의 올바른 발음뿐 아니라 틀린 발음 스크립트에 따른 성우녹음 데이터를 확보해 한국어 발음 교정 서비스 핵심기술인 음성인식 엔진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례로 일상생활에서 '밥 맛있게 먹었어'라는 문장의 올바른 발음은 '밤 마시께 머거써'이다. 이를 부정확하게 '밥 마딛떼 머거떠'로 발음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대로 표기된 본인의 발음과 올바른 발음을 하나씩 비교하며 틀린 음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름은 청각장애인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발음 정확도를 86%까지 끌어올렸다.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은 “데이터가 공동체 사회를 보호하고 소외 계층에 힘이 될 수 있음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절실히 느꼈다”면서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보탬을 주겠다”고 말했다.
◇교통 약자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는 사회적기업 '이유'
#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L씨는 거동이 불편해 콜택시를 타지 않으면 병원에 가기 어렵다. 하지만 한번 택시를 타는데 평균 1시간 반 정도 소요되고 3시간 가까이 기다린 적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L씨는 여전히 병원 가는 길이 두렵고 어렵다.
L씨와 같은 교통약자들을 위한 기업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이유'이다. '이유'는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들의 이동의 자유를 돕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교통약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 그리고 교통약자 당사자와 소통하며, 다양한 교통약자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유는 교통약자 모빌리티 솔루션 고도화를 위해 2020년 과기정통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데이터바우처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교통약자를 위한 무상카풀, 수요 응답형 교통 등의 새로운 교통수단 서비스 기획을 위해 교통약자들의 이동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교통약자 이동데이터를 활용하해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유'는 자동배차시스템, 교통약자 무상 카풀 등 모빌리티 부문을 비롯해 임산부 안전벨트, 이동의 자유 맵 등 사업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자동배차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이나 전화로 특별교통수단을 신청하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이용 목적에 가장 적합하고, 현재 거리와 교통 흐름 등을 반영해 최단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을 배차한다. 하차할 때 기사 도움이 필요해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 탑승자가 목적지에 잠시 일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 등 일반 배차시스템에서는 고려하지 못하는 변수도 계산 범위에 들어간다.
부산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소속 차량 15대로 플랫폼 시범 운영해 이용 신청부터 탑승까지 대기 시간을 75분에서 30분으로 단축했다. 운행 효율이 높아진 덕에 하루 탑승 인원도 평균보다 74명 증가했다. 현재 전국 35개 기관에서 4만 2000명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양윤경 이유 대표는 “장애가 있는 어머니의 '장애인 콜택시는 너무 타기 어렵다'는 말 한마디가 단초가 되어 시작한 기업”이라며 “실제로 장애인들이 교통약자로서 어떤 불편을 겪는지 알게 되고 나서 이유를 창업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