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인 19일 장 마감 후 나온 기습 주식교환 소식에 NS쇼핑 임직원과 개인주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림지주가 NS쇼핑 발행주식 전부를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NS쇼핑은 상장폐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비상장사로 돌변하자 내부 직원들은 허탈감을,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주식교환 배경에는 NS쇼핑 자회사 하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추진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이 있다.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하던 부지 개발이 최근 감사원 결정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하림지주가 직접 하림산업을 품고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물류사업의 가치와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NS쇼핑 소액주주들이 느낄 박탈감이다. 물류단지 개발에 따른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로 수익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상장폐지 결정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림지주 주식을 교환하거나 주당 1만3778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2개월 전 최고가인 1만8900원과 비교하면 미래 가치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주식매수청구권보다 소액주주에 유리한 공개매수도 진행하지 않는다.
NS쇼핑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본업인 홈쇼핑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자회사의 밑 빠진 독을 채우며 궂은일을 해 오다 정작 과실은 하림지주에 내주게 됐다는 것이다. NS쇼핑은 하림산업을 통해 양재동 부지를 매입한 2014년 이후 수년간 보유세, 이자비용 등으로 연간 200억원을 지출해 왔다. 이로 인해 임직원은 본업 선방에도 성과급이 깎이는 등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그룹이 할 일을 떠맡다가 '토사구팽' 당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까닭이다.
NS쇼핑 흡수로 지주사인 하림지주, 최대주주인 김홍국 하림 회장과 오너 일가는 가장 큰 수혜를 누리게 됐다. 알짜배기 부지 개발에 따른 막대한 수익과 경영 효율화도 그룹 차원에선 이득이다. 김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61%에 달해 주주총회 통과에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에 소액주주 가치가 소외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NS쇼핑 전체 주주의 99.66%는 소액주주다. 사기가 꺾인 NS쇼핑 임직원의 결속을 다지는 것도 지켜볼 일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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