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법안인데 차관도 국장도 내용 모르나"…국회서 혼쭐난 기재부

행정재산 등기 기간 묻는 질의에 기재부 "개별 사항 알지 못한다"
2차관 이석 후 1차관 배석…국고국장은 발령 3일 만에 소위 참석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출석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과 유형철 국고국장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출석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과 유형철 국고국장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입법안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22일 공개된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경제재정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소위에서는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동문서답'이 문제가 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공유수면 매립지다. 어민들이 공유수면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매립된 땅 중 일부가 일반재산으로 등기되면서 해수부 행정재산으로 등기된 매립지와는 달리 사용료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 부분을 지적하며 “행정재산을 기간 내 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 기재부에서 일반재산으로 간주해 등기를 하게 된다”며 행정재산 등기 기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위에 참석한 기재부 관계자들은 관련 건에 대해 사실관계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유형철 기재부 국고국장은 “각 부처에서 관리하는 개별 사항에 대해서는 샅샅이 알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일반재산 사용료를 누가 부과하는지를 묻는 것”이라며 “일반재산 중 어떤 재산을 불하를 해 주고, 어떤 재산은 불하를 안 해 주고 사용료를 부과하니까 현장에서는 기재부가 갑질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기재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지속하자 여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재정소위원장을 맡은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안으로 제출해 놓은 안에 대해서 답변 못 할 것 같으면 뭐 때문에 앉아 있나”라며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도 “정권 말기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것”이라며 “국유재산에 관한 문제 제기가 일선에서 얼마나 많은데 내용도 모르고 앉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입법도 아니고 정부입법인데 심의관도 안 오고 심의가 되겠느냐”고 비판했으며 김태년 의원은 “국장이 3일 전에 와서 숙지 못한 상태면 담당 과장이 함께 와서 질의에 답변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소위는 안도걸 2차관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석하면서 이억원 1차관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국고국장은 소위가 진행되기 직전인 12일 임명돼 발령 3일 만에 회의에 참석하면서 관련 내용을 숙지할 여유가 부족했다. 이들을 보좌해야 할 국유재산심의관과 담당과장 또한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소위는 10시 45분 개의한 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11시 24분 정회를 선언했으며 오후 3시 49분에야 속개됐다. 국회에 도착한 이승원 국유재산심의관은 “행정재산을 분류해 지정하는 것은 조달청에서 한다”며 “각 부처에서 행정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신청하면 지정을 해 주게 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기재부가 조달청에 권한을 위임했다”고 덧붙였다.

기재위 관계자는 “차관도 국장도 제대로 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고 담당과장을 찾으면 국회에 같이 오지 않았다고 해버리면 제대로 된 회의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