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랫폼 규제 법안이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진행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 선진국은 입법 소요 시간이 평균 4년 이상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6개월 만에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협회·단체가 연합한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무리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규제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노력이 우선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기국회 내 온플법 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엄정한 사전입법 영향 분석 실시를 제안했다. 새로운 규제 도입이 입법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 규제 도입 후 기대하지 않은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 등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토해야 한다는 게 디경연의 주장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은 플랫폼 규제 법안 입법에 평균 4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관련 규제의 하나인 '온라인 플랫폼 규칙'을 만들면서 실태조사, 공청회, 영향력 평가 등 4년 동안 논의를 거쳤다. 2020년 12월에서야 초안이 마련됐고, 현재도 수정·조정 단계를 거치고 있다. 최종 표결도 애초에 목표한 오는 2022년 봄보다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럽이 플랫폼 규제에 대해 얼마나 신중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는 2017년부터 플랫폼 기업 및 시장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미디어 및 광고 서비스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후 최종 보고서를 한 차례 공개했다. 이후 다시 검색엔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메시지, 오픈마켓 서비스 등 플랫폼 유형별 경쟁 현황 조사를 새로 개시했다. 이 조사는 202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도 2019년 6월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반독점 조사를 시작, 1년 동안에 걸쳐 의견을 수렴했다. 또 플랫폼 업계를 포함한 공청회를 총 7번 개최했다. 미국은 플랫폼 규제 계획을 밝힌 이후 2년 5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신중히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온플법이 2020년 6월 법 제정 계획이 발표된 후 3개월 만에 입법 예고됐고, 2021년 1월 국회에 발의되는 등 입법 절차가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온플법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한 논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