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모듈 업체들이 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350% 넘게 폭등하는 동안 제품 가격은 10% 안팎 인상하는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핵심 원자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10월 말 기준 kg당 38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말 21.5달러 대비 넉달 새 77% 급등했다.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폭은 작년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작년 1월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8.3달러였다. 이 기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가격 상승률은 357.8%로 세 배 넘게 뛰었다.
주요 부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태양광 모듈 프레임에 쓰이는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2013.50달러에서 3180달러로 57.94% 뛰었다. 같은 기간 물류비도 150% 안팎 급등했다.
반면 국내 태양광 모듈 가격은 주요 원자재와 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 LG전자,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은 작년 초부터 올해 9월까지 태양광 모듈 판매 가격을 줄곧 유지했다. 각 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와트당 300원대 중후반에 판매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 태양광 모듈 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태양광 수요는 꾸준히 있었다”면서 “다만 급격한 제품 가격 인상은 태양광 보급 확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가격 동결로 발전 사업자들과 고통 분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모듈 업체들은 누적 손실이 커졌다. 통상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모듈 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 폴리실리콘이 약 3.5배 오른다고 가정할 때, 태양광 모듈 원가는 50% 이상 상승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셈이다.
반면에 국내 태양광 모듈 업체들은 올해 10월 들어서야 판매 가격을 와트당 400원대 초반으로 10% 안팎 인상한 데 그쳤다. 이 결과 대표적으로 국내 1위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한화큐셀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95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 2분기까지 각각 24억원, 149억원, 646억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4분기 연속 적자를 누적했다.
태양광 모듈 업체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듈 가격 정상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내년 사업자 거리 규제를 포함한 한국형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계약(FIT) 제도 시행을 앞두고 태양광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태양광 모듈 업체들이 전력 제한 등을 이유로 가동률을 낮추고 있어 가격 인상에 유리한 상황까지 겹쳤다. 11월 기준 중국 JA와 트리나, 징코는 공장 가동률이 60%, 70%, 50%까지 떨어졌고, 아스트로너지 공장 가동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태양광 모듈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원가 및 부자개 가격 상승에도 태양광 모듈 가격을 동결하고 공장 가동을 유지했다”면서 “최근 제품 가격을 10% 안팎 올렸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추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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