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유카탄반도에는 '칙술루브 충돌구'라 불리는 거대한 소행성 충돌 흔적이 있다. 6600만년 전, 지름이 적어도 10㎞는 되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흔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여파가 공룡 대멸종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나온다.
과거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소행성 '136795(1997 BQ)'가 지구 가까이를 지나쳤다. 최근접 거리는 615만㎞로 가깝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소행성 지구충돌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주 긴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언젠가 온다. 달 표면의 무수히 많은 충돌구만 봐도 그렇다. 이미 지구에 가까우면서 충돌시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지구위협소행성(PHA)'이 다수 발견됐는데, 2000개가 넘는다. 이들 중 하나, 혹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소행성이 언젠가 지구로 다가올 수 있다.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설마' 하며 운에 맡기기에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이 너무나도 많다. 소행성 지름이 1㎞만 돼도 인류 절멸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결국 여느 영화에서처럼 미항공우주국(NASA)이 나섰다. NASA가 실제 지구에 다가오는 소행성에 대비하는 임무에 착수했다. 임무명은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다. 목표에 작은 화살을 던져 맞히는 다트 놀이와 이름이 같다. 이름처럼 우주선으로 소행성을 맞혀 궤도를 수정하는 방식이다.
다트 우주선은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우리시간으로 24일 우주로 향했다. 충돌 목표는 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인 '디모포스'다. 지름 780m인 디디모스와 지름 160m인 디모포스는 서로 나란히 움직이는 '쌍성 소행성'이다.
계획대로라면 다트 우주선은 약 1100만㎞ 거리를 여행한 뒤, 내년 9월 말 디모포스가 움직이는 궤도에 도달, 충돌하게 된다.
다트 우주선은 날개처럼 펼쳐진 태양광 패널을 합쳐 20m 길이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초속 6㎞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부딪쳐서 디모포스의 속도에 1%가량 변화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디모포스의 디디모스 공전 궤도 및 시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트 충돌은 별도 초소형 큐브위성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있을 다트 실험은 향후 발생 소지가 있는 소행성 충돌을 막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하게 된다.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후보가 몇 개 있다. 먼저 이미 꽤 유명한 '아포피스'를 들 수 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아포피스는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의 숙적이자 절대악이다. 2004년 처음 발견돼, 꾸준하게 지구 충돌 가능성이 거론돼 왔으나 지난 3월에 '100년 이내 지구 충돌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연구결과 발표가 있었다.
다만 오는 2029년 지구로부터 3만1000㎞ 정도까지 가까워지게 된다. 이는 천리안이나 무궁화와 같은 정지위성보다 4000㎞나 지구에 가까운 정도다. 1000년에 한 번 있을 이 기회를 틈타 소행성 탐사 계획이 추진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지구를 스쳐지나간다. 1999년 발견된 '베누' 역시 지구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으로 분류돼 이목을 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