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에 MZ세대를 끌어들이려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수준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하나저축은행은 미래 성장 동력인 젊은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내년에도 디지털에 150억원을 투자하는 등 비대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2030 고객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위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대신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전폭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과거 저축은행 주 고객층이던 고령층은 저축은행 지점을 '발품' 팔며 금리 쇼핑을 했는데, MZ 고객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손품'을 판다. 이 같은 소비자 행태의 변화는 하나저축은행을 '다이렉트 비즈니스'로 변신하게 만든 동력이 됐다. 하나저축은행은 오 대표의 지휘 아래 2018년부터 오프라인 점포를 10곳에서 현재 3곳으로 대폭 줄이는 한편,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에 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덕분에 하나저축은행 앱 평가는 업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10여년간 저축은행 대표를 지내온 서민 금융 전도사다. 그가 처음 저축은행 대표가 된 2012년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 여파가 채 가시기 전이었다. 이에 그 또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의 우선 가치를 '건전성 관리'에 뒀다.
하지만 최근 그 기조가 전환됐다. 핀테크 산업 팽창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이 금융업에 손을 뻗으면서 산업 간 구분이 옅어졌고, 바야흐로 무한 경쟁 시대가 됐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생존을 넘어 성장을 위해 오 대표는 우선순위를 '디지털 혁신'에 두고 과감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실적 개선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실험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오 대표는 “(2018년) 하나저축은행 대표로 선임된 이래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를 기업 금융에서 개인 금융으로 전환했다”며 “리스크가 높지만 마진도 높은 개인 금융으로 외연을 넓힌 셈인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연체율 1.7%)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저축은행의 대출 자산은 올해 2조1729억원으로 작년 대비 34%(5559억원) 증가할 예정이다. 이 중 리테일 금융 비중은 37%로 지난해(34%)에서 올랐다. 올해 영업수익(매출)은 1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당기순이익은 올해 262억원으로, 지난해 180억원 대비 5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 대표는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조직 문화 유연성도 강조하고 있다. 인재 확보와 유치를 위해 자신이 받은 인센티브 일부를 고성과를 보인 임직원에게 떼어주기도 했다. 그는 “공정한 평가와 보상, 소통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조직 문화를 구축해 임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권 발전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상향 평준화 된만큼 대형화를 허가할 필요성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저축은행은 서민 금융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인 만큼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서도 “비대면 시대에는 지역 제한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업권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전국화, 대형화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