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벅민스터 풀러는 '지식 2배 증가 곡선'으로 인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한다. 인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2배 증가했지만 1990년대부터 25년, 현재는 13개월로 주기가 단축됐다고 말한다. 오는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이 3일에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지식의 양과 속도 변화는 직업 변화 속도 또한 빠르게 만들고 있다.
인간 수명보다 지식과 기술 수명이 길었을 때 사람은 한 가지 전공이나 기술을 활용해서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1년 배워 10년 활용한다든지 4년 배워 평생 지식이나 기술 활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식과 기술 수명이 짧아지면서 사람은 한 가지 지식과 기술로는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케터는 불과 5~10년 전만 해도 신문광고 카피를 짜거나 TV광고 기획이 중요한 업무였다. 지금의 마케터는 유튜브나 포털에 키워드 광고를 하거나 마케팅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업무가 됐다. 같은 직업이라 해도 지식과 기술의 빠른 변화에 따라 업무 또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직원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임직원 역량을 지속 개발하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이 기업 성공에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IBM은 MYCA(My Career Advisor)를 둬 직원의 이동 가능한 커리어 개발을 돕고 있다. 미국 통신사 AT&T는 전사적 디지털전환을 위해 조직 구성원 대상으로 코딩, 데이터 사이언스,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등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역량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3~2016년 4년 동안 임직원 교육과 직업 능력 개발 프로그램에 연간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 또한 2025년까지 10만명의 임직원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훈련에 7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교육 방법 또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강의장 중심 기업교육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으로 급변하고 있다. 일과 학습의 결합인 '워크플로 러닝'(Workflow Learning) 가속화다.
워크플로 러닝은 글로벌 기업교육에서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마이크로러닝을 들 수 있다. 5분 이내의 짧은 교육 콘텐츠인 마이크로러닝은 업무 시간에 배우고자 하는 것을 습득해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위해 기업은 기업 내 유튜브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러닝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워크플로 러닝 교육 방식은 '학습여정'(Learning Journey)으로 확장된다. 온라인·오프라인·라이브교육·마이크로러닝 결합을 넘어 실제 프로젝트, 업무보조도구와 결합되며 워크플로와 결합된 학습 여정 형식으로 기업교육 프로그램은 진화하고 있다. 학습이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업무프로세스와 결합되는 여정이다.
리더십 러닝저니 프로그램에서 리더는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영상 콘텐츠, 진단, 오프라인 교육, 코칭 자료, 라이브 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6개월 또는 1년 동안 제공받는다. 리더십에 학습한 내용을 적용하면서 실질적 리더십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워크플로 러닝은 마이크로러닝과 러닝저니 프로그램 이외에 실질적 성과와 연결되려 하고 있다. 기업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성과이고 행동 변화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습한 내용을 기억해야 하고, 기억한 내용을 활용해야 한다. 학습-기억-실행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그동안 학습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 최근 디지털 기술 발전은 기억-실행 과정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등장시키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사용되는 키워드가 학습 강화와 학습 전이다. 즉 기업교육은 구성원을 학습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기억하고 실행하는 것을 촉진하며, 다양한 도구와 방법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교육은 그동안 이벤트성 단기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됐다. 팬데믹과 디지털전환은 일과 학습 결합이라는 새로운 학습 방식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과 배움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구축하는 시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홍정민 휴넷에듀테크연구소장(redmin01@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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