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맹 계약이 만료되는 편의점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온다. 국내 전체 편의점의 10%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재계약 점포를 뺏고 뺏기는 쟁탈전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CU·GS25뿐만 아니라 외형 확장을 꾀하는 이마트24까지 가맹점주의 선택을 받기 위한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5만개에 이르는 국내 편의점 가운데 5000여개가 내년 재계약을 앞뒀다. 통상 본사와 편의점주는 5년 단위로 가맹 계약을 맺는데 지난 2017년은 신규 출점이 가장 많은 해였다. 그해 국내 주요 편의점 5개사가 새로 늘린 점포는 총 5025개다. 이들 매장은 2022년 계약이 만료돼 위약금 없이 간판을 갈아탈 수 있다.
편의점 본사 입장에선 가맹점 이탈을 막고 경쟁사의 알짜 매장을 가져와야 한다. 후발 사업자의 경우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면서 간판을 바꿔 다는 전환 출점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과 출점 규제로 2018년부터 편의점 순증 규모가 대폭 꺾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재계약 점포 수성과 공성을 위해 편의점 본사는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인센티브는 계약금 개념의 장려금과 이익배분율 조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높은 알짜 점포의 경우 경쟁사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많게는 수억원의 일시금을 지급한다”면서 “인테리어 지원은 물론 로열티 배분율을 상향 조정, 점주 몫의 정산금을 늘려 주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포문을 연 건 GS25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이달 발표한 상생안에서 본부 임차점포의 가맹 재계약 지원금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매월 보조하는 지원금을 늘려 집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내년 재계약을 앞둔 GS25 가맹점은 1700여개로 편의점사 가운데 가장 많다.
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CU 역시 지원 방안 마련으로 분주하다. 일부 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이익배분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상생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CU 역시 내년 1600개가 넘는 가맹점이 재계약 대상이다. GS25와의 점포 수 격차가 100여개에 불과, 판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세븐일레븐도 다음 달 안에 가맹점 상생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트24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기다. 이마트24는 2017년 위드미에서 브랜드 변경 후 공격 출점으로 그해에만 점포를 887개 늘렸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선 기존 점포를 지키고 경쟁사 점포도 가져와야 한다. 기존 월회비가 아닌 로열티 방식의 새로운 가맹모델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기존 점주의 이탈을 막고 타사 브랜드 전환 출점의 진입장벽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미니스톱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계약을 위한 자금 부담이 상당한 데다 인수 이후 점주 이탈이 늘 경우 합병 효과 반감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굳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아도 지원금을 늘려 핵심 상권의 경쟁사 매장을 뺏어 오는 게 매출 증대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