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차 산업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개발기술에 달려 있다

최영식 한국항공대 AI융합대학장·SW중심대학사업단 단장
최영식 한국항공대 AI융합대학장·SW중심대학사업단 단장

미래차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전장부품, 센서, 자율주행, 반도체, 고성능 컴퓨터 등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전기차 플랫폼이나 배터리가 아니라, 미래차를 통제하는 AI·SW 기술이다.

미국의 테슬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AI 자율주행이 아직 먼 미래이고, 소프트웨어는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도구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테슬라가 나타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이제 미래차 시장은 단순 판매, AS를 통한 수익뿐만 아니라 구독경제를 통한 수익까지 지향하게 됐다. 자동차에 이식되는 소프트웨어에 구독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래차 산업에서 지향하는 구독경제란 자동차를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능과 성능을 최신 상태로 갱신해 자동차의 잔존 가치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모델이다. 최신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면 사고율이 현저히 낮아져 보험료가 인하되기 때문에 더욱 경제적이다. 여기에 미래차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부가서비스까지 제공되면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테슬라는 설립 초기 단계부터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해왔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하여 전기차 시장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마치 과거 애플의 아이폰이 핸드폰 비즈니스를 파괴하고 새로운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전기차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개척한 것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한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소프트웨어 제일주의(Software First)를 표방하며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체제를 개편했고, 폭스바겐은 그룹 생산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조직 Cariad를 설립했다. GM은 통합 SW 플랫폼 얼티파이(Ultifi)를 발표했고, 현대차 그룹도 사용자와 자동차의 초연결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갱신형 소프트웨어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FOTA)를 통해 차량의 기능과 성능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하려면, 전기차 설계방식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기존 차량의 수많은 전기 구조를 중앙집중형 전자제어시스템(Electronic Control Unit)으로 통합하고, 통합 전자제어시스템에 기능별 소프트웨어를 이식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방식으로 전기차를 설계해야 한다. 미래차 산업은 바로 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기술의 발달 수준에 달려 있다.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AI·SW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자동차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래차 연구개발의 가장 큰 장애가 '전문 인력 부족'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AI·SW 인력양성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이유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도 그 일환이다. 기업도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에 적극적인 지원과 교류를 늘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부, 기업, 대학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최영식 한국항공대 AI융합대학장·SW중심대학사업단 단장 choimail@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