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가 비대면 소비의 새로운 유통시장으로 급성장하면서 국내 플랫폼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대중화·고급화' 전략을 동시에 구사, 정면 경쟁에 나섰다. 아직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 안팎에 불과하지만 구매 전환율이 20%에 이른데다 향후 2~3년 내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라이브커머스라는 유통채널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동시에 끌어안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다. 동시에 중·소상공인(SME) 친화 전략을 통한 상생환경도 구축할 수 있어 더욱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라이브커머스 놓고 '규모의 경제' 싸움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카카오는 지난해 5월에 라이브커머스인 '쇼핑라이브'를 론칭했다. 두 달 간격으로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먼저 발을 담근 카카오가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쇼핑라이브는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누적 시청횟수 7억뷰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누적 거래액도 5000억원에 달하며, 누적 콘텐츠 수도 17만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콘텐츠도 720건에 달할 정도로 출시 1년 4개월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단기간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개방형' 라이브커머스를 내세워 SME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올해 12월 기준 누적 시청 횟수 1억5000만뷰를 기록했다. 또 올해 3분기 기준 방송당 평균 시청 횟수는 20만뷰를 달성했다. 거래액 공개를 하고 있지 않지만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배 신장했다는 게 카카오 측 설명이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폐쇄형' 라이브커머스 전략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세운 결과라는 평가다.
양사는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네이버는 쇼핑 특화 라이브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했다. 모바일도 PC처럼 초고품질 라이브를 할 수도록 송출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용자와 판매자간 지연 속도를 줄이기 위해 △초저지연재생 기술 △타임머신 뷰어 △클립뷰어 등을 적용했다.
카카오쇼핑라이브도 고객 편의 기능 강화에 주력했다. 고객이 원하는 라이브 알람을 신청하면, 라이브 시작 시 카카오쇼핑라이브 톡채널로 알림을 보내주는 '알림받기' 기능을 지난 8월 오픈했다. 또 카카오쇼핑라이브의 채팅에서 참여 고객이 프로필명을 라이브마다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비슷한 듯 다른 '라이브커머스' 전략
양사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는 선별된 일부 판매자·브랜드사가 아닌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라이브기술 툴을 제공한다. 소상공인에게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써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대중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SME 라이브 거래액 비중은 전체의 55%에 이를 정도로, SME의 참여율과 매출이 쇼핑라이브 전체 규모 성장과도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가 생기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는 SME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라이브커머스 스킬 및 운영방식 등 전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쇼핑라이브 전용 교육 허브 페이지를 오픈했다. 오프라인 공간 및 장비도 지원한다. 종로, 역삼, 홍대에 쇼핑라이브 전용 스튜디오를 오픈했고, 부산과 광주 파트너스퀘어에도 전용 스튜디오를 열었다.
네이버측 관계자는 “실제 종로 쇼핑라이브 전용 스튜디오를 통해 쇼핑라이브를 진행한 '빈브라더스'의 경우 기존 1회 라이브 거래액 대비 약 3배가 증가하는 등 매출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제작부터 송출까지 모든 것을 직접 관장하며 '고품질' 콘텐츠 전략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준 높은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별도 앱이나 접속 과정이 필요없이 카카오톡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고급화' 전략이 시장 확산에는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을 보였다. 이에 카카오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라이브커머스 기업 '그립컴퍼니'에 1800억원을 투자했다.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커머스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다. 그립컴퍼니가 운영하는 '그립'은 현재 1만7000명 상당 판매자가 입점했으며 누적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의 그립 인수로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이들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카카오측은 그립컴퍼니 투자와 관련해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성장성, 그립의 업계 영향력 및 성장속도, 카카오와의 시너지 등 다방면을 고려했다”며 “카카오의 기술과 트래픽이 그립컴퍼니와 합쳐졌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고, 빠른 액션과 강결합을 위해 지분인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전략 보완하며 '눈치전' 후끈
네이버는 바짝 뒤따라오는 카카오와의 격차를 더 벌이기 위해 내년에 '쇼핑라이브 전용 앱'을 출시한다. 또 인공지능(AI) 솔루션 등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을 라이브커머스에 접목시켜 실제로 라이브 판매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와 기술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쇼핑라이브를 판매만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상품·브랜드 론칭, 배송서비스 연계 등 이용자 브랜드경험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카카오처럼 네이버도 자체 기획한 '라이브쇼 콘텐츠'를 확대한다.
카카오는 기존 카카오쇼핑라이브와 최근 투자한 그립으로 '투트랙 전략'을 펼쳐나간다. 내년 상반기부터 카카오쇼핑라이브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한다. 사전협의를 거친 브랜드·제조업체들 뿐만 아니라 SME 등 카카오커머스의 파트너사라면 누구나 카카오쇼핑라이브를 통해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도록 '대중화'에 초점을 둔다. 일일 최대 5개 방송으로 한정됐으나 단계적으로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립과의 시너지 확대에도 나선다. 특히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준비한다. 그립컴퍼니가 라이브커머스 솔루션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내년 미국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는 그립컴퍼니의 글로벌 진출 노하우와 결합해 라이브커머스 사업 분야의 글로벌 진출 기회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표>네이버·카카오 '라이브커머스' 성과 및 전략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