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탄소중립이 우리 산업계 경쟁력 향상에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발표한 데 따른 산업계 우려를 전폭적 지원으로 상쇄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 수장과 주요 기업 CEO 등을 청와대로 초청,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 행사를 갖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날 보고회는 2050 탄소중립 선언 1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최태원 상의 회장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경제 5단체장이 모두 참석했다. 김기남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등 대기업 인사,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대표이사 사장, 황정모 효성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을 포함한 에너지업계 관계자, 이동채 에코프로 대표이사 회장 등 중견·중소기업 수장 등 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 보고'를 하기도 했다.
앞서 산업계는 문 대통령이 COP26에서 NDC를 40%까지 상향한다고 발표하자 환경 설비 투자 및 전기요금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고, 결국 생산 감소, 일자리 축소 등 부정적 영향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산업계 우려를 의식한 듯, 개별 기업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선 정유 부문 신규 투자 대신 미래차 핵심 배터리 부문 투자를 본격화했다고 평가했고, 현대차에 대해선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실행에 돌입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기업인이 탄소중립 시대 주역이라며 “정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며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2030 NDC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는 우리만 가는 길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가는 길”이라면서 “세계가 한다면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업의 어려움을 장부가 나눠 갖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보조금, 세제, 금융 지원을 하겠다. 탄소중립이 고도화될수록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나가면 더 많은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부처에는 기업과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신기술 도입을 막는 낡은 규제는 철저히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산업계는 규제가 아닌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최태원 상의 회장은 “산업계를 지원하시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잘 느낄 수 있었. 탄소중립은 당면한 시대의 흐름이다.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야 한다”면서 “기존 성장에서 게임의 룰이 '경쟁'이었다면 탄소중립은 '기업 간 협력'으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5개 기업이 힘을 합친 수소기업협의체는 선도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부를 향해선 “세제와 금융상의 지원책을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통합투자세액공제 기준을 더 상향할 필요도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규제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감축목표를 정해 규제하면 기업은 비용을 따져 규제 수준까지만 지키려고 할 것”이라며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