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해선이 27년차 배우로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여전한 연기열정과 생동감 넘치는 인간미를 드러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배우 배해선과 인터뷰를 가졌다.
배해선은 1995년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시작으로 26년간의 연기인생을 경주해온 배우다. 대중적으로는 2015년 SBS 드라마 '용팔이'를 시작으로 질투의 화신·당신이 잠든 사이·신과의 약속 등과 함께, 2019년 tvN 호텔델루나 속 객실장 최서희 역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최근에는 JTBC 구경이, tvN 해피니스,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 등 트리플 방영작과 함께 순수함과 다크함, 단호함 등 극마다 다른 캐릭터를 몰입감있게 보여주는 명연기로 새로운 화제인물이 되고 있다.
인터뷰 간 배해선은 작품 속의 다양한 캐릭터감과는 다른 따스한 인간매력과 함께, 작품별 비하인드는 물론 자신의 연기신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안방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원래 겹치게 다작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제작시점 변화에 따라 방영일이 몰리게 됐다. '이상청'을 시작으로 해피니스와 구경이가 비슷한 시기에 맞물렸다. 신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기에 적절히 스케줄을 조절하면서 소화해냈다.
-'이상청'과 '해피니스'는 드라마는 물론 캐릭터 성격도 사뭇 다르다. 각각의 작품에 출연은 어떻게 결정했나?
▲기본적으로 지금은 역할크기에 상관 없이 본인들만의 색깔을 가진 분들과 다양하게 만나며 여러 현장과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구나 '이상청'의 윤성호 감독님이나, '해피니스' 안길호 감독님 두 분 모두 함께 해보고 싶었던 분들이었기에 적극 결정했다.
-'이상청' 차정원, '해피니스' 오연옥의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뒀나?
▲기본적으로 직접적인 액션보다 연결감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우선 '이상청' 차정원은 의상콘셉트에서부터 정치인이나 빌런의 색채를 좀 덜어낸 묘한 이미지의 '여우같은 곰'의 느낌처럼 비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했다.
'해피니스' 오연옥은 교양있는 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은근히 리드하는 모습과 함께, 뚜렷한 목적의식 속에서 상황반전에 따라 돌변할 수 있는 인물로서 해석해 준비했다.
그러한 결과가 평안함과 갈등의 대비 속에서 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등의 캐릭터감이 부지불식간에 펼쳐지는 장면들로 나타게 된 것이다.
-안길호 감독 등 제작진과의 '해피니스' 작업 에피소드?
▲처음 뵀을 때는 굉장히 디테일한 면모를 갖고 계신 어려운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헬스장 신에서 상대배우에게 격하게 감정을 털어놓는 신을 촬영하면서 감독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 해석상 오연옥은 '뭐든 다 경험해 본 인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상대배우와의 합을 맞추는 데 리허설부터 욕설연습을 길게 했다. 그를 보고 스태프들은 물론 감독님도 웃으시더라. 그 이후 감독님과 의견을 더욱 긴밀히 조율할 수 있었다.
현장 이곳저곳을 그렇게 자주 오가시는 감독님의 모습을 보면서 작품이 섬세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고 작품이 전개되는 템포와 내재된 감정라인 등 연결고리까지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이상청' 당시 상대배우 이학주와의 합과 함께, 라디오 출연 간 "때가 왔다"라는 말 등이 화제가 됐다. 관련 에피소드?
▲라디오 출연과 함께 분위기를 재밌게 하려고 했던 말이었다. 평소 노출컷이나 극적인 신에 대한 생각은 열려있긴 하지만 그렇게 크지 않다.
원래 작품 중에 노출컷 등의 제안은 없었지만 장면연결과 함께 차정원 캐릭터감을 살리려는 생각에서 의상고민과 함께 이학주 배우와 제작진 등과의 협의를 통해 장면들이 구성됐다.
-최근 트리플 방영작과 함께 각 작품마다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모은다. 자신만의 관점이 있는가?
▲지문은 물론 다른 사람의 대사내용 속에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상대배우의 적극적인 행동에 내 캐릭터도 잡힌다.
이번 작품들에서는 '해피니스' 속 한효주 배우는 물론 '이상청' 이학주 배우까지 모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이렇듯 현장 환경에 유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세나 소화력이야말로 캐릭터의 입체성을 더욱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한다.
뮤지컬·연극무대에서 20여년간 해왔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연기는 해도해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적고 상상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하고 고민하면서도 현장에 대한 탄력성이 덧붙여져야 함을 요즘에도 배우고 있다.
-연기행보 속에서 캐릭터 몰입이 일상과 맞부딪치는 일은 없는가?
▲상당하다. 다만 그 갭을 줄이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30대 중반까지 배우 배해선에게는 인간이 없었다. 작품을 둘러싼 준비와 대본연구에만 늘 빠져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어느 순간 인간으로서 내 삶에 대한 상실감을 걱정하게 됐다.
그동안은 배우 배해선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왔다면 이제는 인간 배해선으로서의 여유를 찾아주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배우로서의 몫을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서도, 인간 배해선의 삶 또한 중요하게 마련하는 중이다.
-신인 배우의 모습처럼 여러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거듭하곤 하는데, 이유가 있나?
▲저는 여전히 신인이다. 뮤지컬 20년으로 좋은 역할을 많이 해왔지만 그때도 연기에 대해서는 물론, 다양한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연출, 작사, 안무, 극연출 등 배우로서만은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면모들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부족함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신인의 마음으로 뛰어든 매체연기 생활에서는 더욱 그렇다. 스태프들과 함께 현장에서 즐겁게 함께 하면서, 다양한 삶을 살펴보고 배우로서 더 다지고 싶다.
-배우 배해선을 롤모델로 삼는 배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부담스럽지만 희망이 됐다는 말 자체에 큰 영광임을 느낀다.
배우가 영역을 넓히는 것 자체는 필요하고, 하고 싶으면 당장에 해야겠지만 그 영역자체가 목적이라면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의 내면에 예술성을 간직하고, 각 상황들을 즐기면서 더 넓게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향후 계획?
▲이달 영화 '해피뉴이어' 속 작지만 재미난 캐릭터로 대중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또한 내년 넷플릭스 공개예정인 '지금 우리 학교는'이나 김해숙 선배님 젊은 시절로 나오는 영화 '휴가' 역시도 준비돼있다.
다양한 모습을 통해 만나뵐테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