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대관 갑질 막는다…위약금 줄이고 감염병 취소 땐 대금 반환

공연장 대관 갑질 막는다…위약금 줄이고 감염병 취소 땐 대금 반환

예술의전당 등 국내 주요 공연장들이 갑질로 지적받았던 불공정 계약서 내용을 고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공공·민간 공연장의 대관 계약서상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연·예술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취소 위약금, 과도한 책임전가 규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됨에 따라 공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공정약관 조항으로 사업자 및 대관자 사이의 분쟁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이에 공정위는 예술의전당, 엘지아트센터, 인터파크씨어터(블루스퀘어), 세종문화회관, 샤롯데씨어터 등 주요 공공·민관 공연장의 계약서를 수집해 심사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자들은 불공정약관을 모두 스스로 시정하기로 했다.

사업자들은 대관자가 계약을 해지하면 이용료의 40∼10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규정을 수정했다. 각종 공연이나 행사 준비에 최소 6~9개월이 필요한 것을 고려해 대관자가 사용개시일 9개월 전 계약을 해지할 때는 위약금 수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 이후 계약을 해지하면 사업자의 통상적인 손해 범위에서 일정 수준 위약금을 부과하되 사업자가 대체 공연자를 확보했을 때는 위약금을 조정하도록 했다.

예술의 전당과 엘지아트센터, 블루스퀘어는 계약 해지 시 사업자의 승인을 얻도록하는 조항을 없애고 대관자가 대관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면 승인 없이도 효과가 바로 발생할 수 있도록 했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하면 사업자는 대관료를 전액 반환하도록 돼 있었지만 약관 시정 전에는 천재지변의 범위를 공연시설 내로 한정했었다. 이 경우 외부에서 발생한 천재지변으로 공연이 취소되면 대관료를 반환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술의전당과 엘지아트센터는 공연시설 내로 천재지변 범위를 한정하는 문구를 삭제했다.

계약 위반 또는 대관료 납부 지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연장이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수정했다. 민법은 상대방에게 일정 기간을 정해 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최고절차를 거치도록 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 즉시 해지하도록 하는 규정은 불공정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계약 해지 사유가 '공연장 질서 문란', '특별한 사정', '명예훼손' 등으로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가 돼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구체적인 사유로 수정했다.

사업자들은 공연기획사 등 대관자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불공정 약관이 아닌 계약금과 잔금 관련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감염병 관련 조항도 신설했다. 30% 수준이던 계약금은 10~15%로 인하했고 공연 시작일 6개월 전까지 받던 잔금은 3개월 전인 입장권 판매 시점에 받기로 했다.

사업자들은 이번에 수정한 계약서를 내년 1월 이후 체결 계약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시정 사례를 전달해 '공연장 대관 표준계약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