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옴니채널 VS 플랫폼, 패션 e커머스 시장 패권 경쟁

전통 패션업체, 오프라인 전략 벗어나
온라인몰 키우고 콘텐츠 다양화에 주력
플랫폼 업체, 자금력 앞세워 합종연횡
명품·뷰티 등 영역 넓히며 수익 다각화

[스페셜리포트]옴니채널 VS 플랫폼, 패션 e커머스 시장 패권 경쟁

패션 e커머스 패권을 두고 전통 패션사와 플랫폼 기반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신사, 지그재그 등 플랫폼 대표 주자들은 카테고리 확장에 주력하며 영역 넓히기에 나섰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이들이 막대한 자금과 노하우를 결집해 덩치를 불리며 전통 패션사를 위협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 전통 패션업체들은 옴니채널 강화 전략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오프라인 고수 전략을 벗고 자사몰 경쟁력과 콘텐츠 커머스에 힘을 주며 온라인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진정한 패자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내년 패션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주목된다.

삼성물산 온라인 숍에서 서비스 중인 패션 추천 AI. [사진 제공:삼성물산]
삼성물산 온라인 숍에서 서비스 중인 패션 추천 AI. [사진 제공:삼성물산]

◇디지털혁신 보폭 넓힌 전통 패션사…올해 반등 성공적

올 한해 전통 패션업체들은 디지털 체질 개선에 뛰어들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분주했다. 옴니채널 전략을 병행하며 온라인 자사몰을 키웠고 라이브커머스와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외출이 늘며 일상복이 잘 팔리고 명품 보복소비 현상이 지속된 점도 한몫했다.

에프앤에프는 시가총액 6조620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물산 패션과 LF,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패션 대기업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지난해 3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성장세다. 삼성물산 패션의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810억원, 같은 기간 매출은 1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자사몰인 'SSF샵'을 7월 전면 리뉴얼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고 신명품 수요에 선제 대응한 점도 주효했다. SSF샵의 10월 기준 누적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60% 이상 늘었고 신규 고객 유입률도 작년 동기 대비 70%가량 신장했다. 유튜브 채널 '세사패TV' 구독자 수는 1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신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아미, 메종키츠네, 꼼데가르송 등은 15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LF는 닥스, 헤지스 등 주력 브랜드의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로 체질 개선을 진행한 한편 LF몰과 하프클럽, 보리보리 등 패션전문몰 활약이 두드러졌다. LF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500억원으로 작년보다 9.7%, 영업이익은 1008억원으로 126.7% 신장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771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LF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브랜드인 마에스트로, 헤지스, 닥스 등을 MZ세대 트렌드에 맞춘 온라인 전용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또 V커머스 부서를 신설하고 라이브 방송과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소통을 늘려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도 올해 최대 실적 경신이 기대된다. 3분기 누적 매출은 9424억원, 영업이익은 1005억원을 올렸으며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6.4%, 52.4% 증가했다. 이 같은 호조세는 온라인 매출이 성장을 견인했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중반대로 올라섰다. 더한섬닷컴을 중심으로 H패션몰, EQL 등이 두자릿 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자리 잡았고 타임·랑방컬렉션 등 여성복 브랜드뿐 아니라 타임옴므·발리 등 남성복 매출도 회복세로 돌아서며 실적 반등에 힘을 보탰다.

[스페셜리포트]옴니채널 VS 플랫폼, 패션 e커머스 시장 패권 경쟁

◇패션 플랫폼, 카테고리 확장…'버티컬 커머스' 구축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등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패션플랫폼은 올해 유통·테크기업과 합종연횡을 거치며 외형 성장했다. W컨셉은 SSG닷컴 품에 안기고 지그재그는 카카오에 인수됐다. 무신사는 여성복 플랫폼인 29CM·스타일쉐어를 손에 넣었다. 수천억원대 거래액과 회원수를 거느린 플랫폼을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올리게 된 것이다. 이들은 고객 충성도가 높은 전문몰 강점과 자금력을 더해 카테고리 확장으로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특히 최근 패션플랫폼에서 격전지로 떠오르는 곳은 단연 명품 커머스다. 온라인 명품 구매가 크게 늘고 있고 판매단가가 높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 '명품 쇼핑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국내 20~49세 남녀 소비자의 45%가 최근 1년 내 명품 브랜드 제품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 캐치패션 등 주요 명품 플랫폼의 구매 빈도는 연간 7~9회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매출 상위 명품 플랫폼 3사의 월 거래액은 500억~800억원 수준으로 작년 동기보다 10배가량 급증했다. 온라인 명품 거래액이 급성장한 데는 MZ세대에 이어 중장년층이 온라인 명품시장으로 유입됐고 빅모델 기용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영향이 컸다.

이러한 성장세에 무신사도 지난 6월부터 유명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무신사 부티크'를 오픈하며 후발주자로 입성했다. 무신사는 100% 직매입한 해외 명품의 새벽배송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서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패션애플리케이션(앱)들의 화장품 커머스로 영역 확장도 눈에 띈다. 패션 주력 소비층이 여성 고객인 만큼 지출이 많은 화장품을 통해 소비자 유입을 늘리겠다는 복안에서다. 에이블리와 브랜디, 무신사에 이어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자체 화장품앱을 론칭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그재그도 현재 테스트 중인 화장품 카테고리 확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2세대 쇼핑 플랫폼으로 불리는 지그재그·브랜디·에이블리 중 가장 먼저 화장품 판매에 나선곳은 에이블리다. 에이블리는 지난 3월 코스메틱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브랜디는 한 달 뒤인 지난 4월 뷰티 카테고리를 열고 쇼핑 슈퍼앱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지그재그는 화장품 카테고리를 시범 운영 중이며 내년 중으로는 리빙 카테고리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초 쇼핑과 커뮤니티를 결합한 뷰티 전문 앱 '에스아이뷰티'를 론칭하며 온라인 뷰티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모기업인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편집숍 시코르의 온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다 최근 신규 화장품 법인도 설립한 만큼 내년 온·오프라인 화장품 사업에 변화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전문몰 중심의 플랫폼이 성공했다면 내년에는 여러 분야 제품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패션앱들도 온라인 헬스앤뷰티(H&B)스토어와 같은 판매 채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