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홍합과 멍게 특성을 모사해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나노 항암제 폭탄'을 개발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차형준 화학공학과 교수·정연수 박사 연구팀이 조윤기 경북대 융합학부 의생명융합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홍합의 접착단백질과 빛과 전자를 이동시키는 멍게의 카테콜·바나듐 복합체를 모방한 광 감응성·접착성 나노폭탄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나노폭탄은 빛을 비추는 특정 부위에만 열을 발생시키고 항암 효과가 있는 일산화질소 기체를 생성함과 동시에 항암제를 방출해 광열·기체·약물 삼중복합치료가 가능하다.
암은 여러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한 가지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보다는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그러나 체액이 존재하는 몸속에서 여러 치료제를 특정한 암 부위에만 동시에 전달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중에서도 광 감응성이 있는 약물 전달체는 주로 금, 탄소,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고분자 기반 나노입자로 만들어졌다. 몸속에서 잘 사라지지 않아 전신 독성 위험이 있고, 빛을 흡수해 열을 만들어내는 광열 전환 효율이 낮아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멍게에서 빛과 전자가 이동하도록 돕는 카테콜·바나듐 결합을 홍합접착단백질에 적용해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이 나노입자에 적외선을 쬐면 5분 안에 50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고 광열 전환 효율도 약 50%로 우수했다. 강한 접착력으로 암세포에 오래 머물고 생체적으로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노입자에 온도 감응성 일산화질소 공여자와 항암제를 담고 적외선을 쬐자 광열효과에 의해 일산화질소 기체와 약물이 효과적으로 방출됐다. 기체 상태 일산화질소는 몸에서 금방 분해돼 항암 작용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웠는데 나노폭탄을 이용하면 빛으로 기체 방출을 조절할 수 있어 일산화질소 전달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동물 대상 전임상시험 결과, 광열치료만 했을 때는 치료 시작 약 15일 뒤부터 종양이 다시 자라난 것과 달리, 나노폭탄으로 삼중복합치료 시 약 한 달간 종양이 관측되지 않을 정도로 지속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차형준 교수는 “하나의 나노입자로 다양한 치료제를 국소적으로 투여할 수 있고 하나의 자극으로 복합치료요법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어 향후 암 환자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나노폭탄은 광열, 기체, 약물치료에 더해 유전자, 항체 등 다양한 치료제나 조영제를 전달할 때도 응용 가능해 질환이나 환자 특성에 따라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중견연구사업과 우수신진연구사업,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해양바이오산업 신소재연구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즈' 12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한편, 홍합접착단백질 소재 기술은 네이처글루텍에 기술이전, 현재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거쳐 의료접착제로의 임상시험이 추진되고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