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전력도매가격(SM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급등했다. SMP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전공기업이나 민간발전사에서 구입하는 전력 가격이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한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는 발전공기업 재무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정부 탄소중립 정책 추진 동력도 약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가중평균 SMP(육지 기준)는 ㎾h당 141.1원으로 지난해 12월 평균 67.0원보다 두 배 넘게 급등했다. SMP는 올해 유가 상승과 함께 급격히 올라 10월에는 ㎾h당 100원대를 돌파했다. 2개월 사이 50% 가까이 올랐다.
SMP는 한전과 발전공기업 실적을 좌우한다. SMP가 낮으면 한전 실적이 개선되고, 발전공기업 실적은 악화한다. 반면에 SMP가 높으면 한전은 실적이 악화하고, 발전공기업 실적은 상승한다. 올해 SMP는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올라간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한전 실적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등이 급등했지만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 재무 구조는 악화했다. 한전 부채비율(연결기준)은 2016년 143.4%를 저점으로 지난해 187.4%까지 상승했고, 올 3분기에는 200.8%까지 불어났다. 한전은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발전공기업을 포함한 연결기준 적자 3조8492억원, 발전공기업을 제외한 적자는 4조38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적자 폭이 이보다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올해 한전이 예측한 유가보다도 많이 올랐고, (전기요금 원료인) LNG와 석탄 가격도 예상보다 많이 상승했다”면서 “한전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밝힌 것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재무구조 악화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도입하면서 연료비와 연계해서 전기요금을 책정하기로 했지만 올해 두 번밖에 인상하지 못했다. 반면 한전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RPS) 제도 이행 부담으로 연간 수조원대에 이르는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조만간 결정될 예정인 내년 1분기 전기요금도 연료비 상승에 따른 조정이 없으면 한전 누적 실적 악화 공산이 크다. 한전 실적이 악화하면 발전공기업에 분담하는 정산조정계수가 하향, 발전공기업 실적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박 교수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1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연료비 연동이 정상 작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2021년 월별통합 SMP 가격(단위: ㎾h당 원)
자료: 한국전력거래소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