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배터리 산업은 강하다. 일부 소재 기술이나 생산 품질 등은 아직 부족하지만 광물·원자재를 무기로 한 기술 고도화와 설비 투자 속도가 매우 빠르다.
중국은 전기차에 가장 많이 쓰는 리튬이온 삼원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이보다 기술 접근이 쉬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집중했다. 3~4년 전만 해도 LFP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에만 사용할 정도로 주류가 아니었다.
그러나 달라졌다. 올해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벤츠와 현대차까지 LFP 채용을 확정했다. 유럽 등으로 중국을 벗어나 LFP 배터리가 쓰이게 됐다.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가 높아졌고, 독자 기술로 공간활용도를 높이면서 삼원계 못지않은 성능을 갖추게 되면서다.
이 같은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전기차 보급 초기부터 배터리 성능 기준을 적용, 보조금 차등 지급을 해 왔다.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관리했다. 또 배터리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올라오기 전까지 한국·일본의 배터리를 배제했다.
최근 중국은 배터리 성능 기준을 다시 한번 높여서 발표했다. 삼원계와 LFP 배터리의 ㎏당 에너지밀도를 각각 210Wh, 160Wh 이상으로 삼았다.
배터리 셀만 비교하면 삼원계가 뛰어나지만 팩 설계 기술을 활용하면 삼원계와 LFP 팩의 밀도 차이는 대략 20% 수준으로 좁혀진다. 밀도가 떨어지더라도 배터리 가격이 크게 저렴하고 수명도 길기 때문에 LFP를 택할 만도 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배터리 관련 정책에선 자국 산업 보호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동기 부여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중국 배터리의 국내 유입이 더 쉬울 정도다. 중국 B사 전기버스는 다른 경쟁 차종보다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데도 두 배 많은 배터리를 장착, 주행거리가 길다는 이유로 국가 보조금 최고 등급을 받는다. 중국 기준에선 불가능한 일이 한국에선 가능한 셈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