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것을 넘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한 링크(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AI 서비스 상용화 측면에서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앞단에 서 있습니다.”
정석근 네이버클로바CIC 대표가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 AI연구소인 '오픈AI'는 시범 적용해 볼 만한 자체 서비스가 없고,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은 네이버와 같이 외부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아 그만큼 상용화 시도가 적다. AI 코어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빠르게 연계·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네이버가 전세계 유일하다는 평가다.
실제 초거대AI 시장 중심에 네이버가 있다. 자체 서비스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전용 AI 서비스도 출시하며 'AI 대중화'에 불을 지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같은 네이버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하이퍼클로바 발표 이후 외국 개발자들의 입사 지원이 부쩍 늘었다”며 “네이버의 AI 특허와 논문을 통해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글로벌 인재 유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의 파라미터(매개변수)는 2040억개로 글로벌 오픈AI 언어모델 'GPT-3' 파라미터 규모(1750억개)를 월등히 뛰어넘고 학습한 데이터토큰이 5600억개이다. 하이퍼클로바는 뉴스 50년치 네이버 블로그 9년치 분량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했다. 하이퍼클로바는 뉴스 50년치, 네이버 블로그 9년치에 해당되는 양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의 AI는 챗봇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사람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를 풀고 가치(밸류)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클로바CIC 직원 대부분은 연구진으로 구성됐으나 최근 들어 서비스 기획 및 사업화 인력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최초로 검색 서비스에 적용, 사용자가 오타를 입력하거나 혹은 잘못 알고 있는 검색어를 입력한 경우 올바른 단어로 전환해 검색해주거나 적절한 검색어를 추천해 준다.
쇼핑 부문에서는 더 정교화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방대한 쇼핑 리뷰도 분석한 후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요약해서 만들어준다.
'클로바 노트'의 경우 하이퍼클로바의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음성인식 정확도를 대폭 높였다. 최근 출시된 독거 어르신을 위한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 서비스도 하이퍼클로바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네이버클로바는 앞으로 비전문가들도 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간거래(B2B)용 '클로바 스튜디오'을 이달 말 베타버전으로 공개한다. 클로바 스튜디오는 코딩 없이도 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 코드 AI(No Code AI)'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코어 엔진은 하이퍼클로바이다. 코드가 아닌 자연어 지시문이나 예제만 제시하면 간단히 사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SME)·스타트업 등 기술 도움이 필요한 파트너들에게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일본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고, 이어 유럽 등지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메타버스와 연계성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메타버스는 자연스럽게 가상공간을 만들어 공간을 분리했지만 아직 시간은 분리시키지 못했다. 반드시 그 시간에 있어야지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정 대표는 “시간을 분리시키는 것은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며 “그 시간에 앉아 있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텍스트 투 더 액션(action)부문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네이버보다 뒤늦게 초거대AI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와의 기술 격차에 대해 '1년'이라고 답했다.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1년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서다. 횟수로는 1년이지만 투자 규모, 글로벌 기술 경쟁력 등에서는 차이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AI가 성숙해지면서 윤리적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정 대표는 “AI의 능력이 이제 영아기에서 벗어나 사회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유아기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윤리적인 문제를 낼 만큼의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에 외부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기술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AI 자체가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AI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서울대와 함께 '네이버 AI 윤리 준칙'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인간 역시 완벽하지 않듯이, 만능 AI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 “100%는 아니지만 70~80%의 완성도를 기반으로 쓸모의 가치를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