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손해보험사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인상 움직임에 대해 합리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 차원 대대적인 모니터링 계획도 시사했다. 빅테크 보험업 진출에 대해선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16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핵심 화두는 '실손보험'이었다.
실손보험은 총가입자만 3900만명으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최근 손보사들은 새해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안내문을 발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험료 인상 15일 전 계약자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는 보험업법상 규정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손보사가 요구하는 인상률이 20% 이상이라는 점이다. 올해 3분기까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다. 이는 보험료 10만원을 내면 보험금으로 13만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이에 손보사는 손실을 감내하기 위해 대대적인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원장은 “실손보험은 3900만명이 가입돼 있어 합리적으로 요율을 결정해야 하고 우리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향후 논의 동향 등을 보면서 긴밀히 금감원 차원에서도 모니터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구체적 인상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 원장은 인상률 20%가 당국에서 용인할 수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구체적으로 인상률을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갈수록 악화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대해선 금감원 차원의 정책 지원에 나설 계획을 시사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부 개선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8월 80.64%를 기록한데 이어 △9월 84.46% △10월 86.06% △11월(가마감) 91.07% 등으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정 원장은 “경상환자 과잉진료 방지 등 자동차보험 종합 개선방안을 추진해 국민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면서 “오늘 회의에서도 (자동차보험 관련) 사고율이 떨어지지 않는 부분, 과잉 진료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빅테크 보험업 진출에 대해선 기존 보험사와 동일한 잣대에서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빅테크 보험업 진출에 대응해 영업방식 및 판매상품 제한, 금지행위 등에 대해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평평한 운동장이 될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4차산업 발전과 환경변화에 대한 제도 지원을 약속했다.
정 원장은 “보험회사 신사업 진출 등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헬스케어 자회사 소유 등을 폭넓게 허용하고 플랫폼 기반 종합생활금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선불전자지급업무 등 겸영·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하겠다”면서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과 연계한 첨단 보험상품 도입을 유도해 적극적 위험 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