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게 정부의 적극행정은 단비와도 같다.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민간으로 자연스레 확산돼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은 단순 지원책만으로 개선되기 쉽지 않다. 적극행정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은 중소기업 사례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초도물량(6만명분)이 국내 처음 도착하던 올해 2월. 정부는 한 사람에게라도 백신을 더 접종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부 눈에 풍림파마텍이 띠었다.
풍림파마텍은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특허 기술을 중소기업이다. 주사기는 통상 투약 후 주사액이 남는 반면에 풍림파마텍은 피스톤과 바늘 사이에 공간이 거의 남지 않는 이른바 '쥐어짜는' 주사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 주사기를 활용하면 5회분 백신을 6회분으로 만들 수 있어 백신 접종 가능 인원을 20% 확대할 수 있었다.
기술은 갖췄지만 6만명에 이르는 물량을 감당하기에 풍림파마텍 생산물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역시도 LDS 백신 주사기를 단기간 내 대량생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 나선 것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다. 중기부는 풍림파마텍을 대상으로 2018년 처음 도입된 민관 상생협력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민관 상생협력 스마트공장은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정부가 구축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기부에서는 패스트트랙을 가동해 상세사업계획서 작성과 접수·평가 등 행정절차에 필요한 기간을 3개월에서 3일로 대폭 줄였다. 초기 시설자금 130억원도 저리로 지원했다. 대량양산에 필요한 품질·생산인력도 추천하며 양산체계 구축을 지원했다. 식약처 인허가 기간 단축과 조달청 국내 긴급입찰 계약, 고용부 차원의 주52시간 특별연장근로 지원 역시 부처간 협업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주관기관인 삼성전자에서도 기술멘토 30여명을 투입해 금형설계와 시제품 생산을 단 4일 만에 완료했다. 미국 FDA 사용허가가 빠르게 난 것 역시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풍림파마텍을 직접 방문해 “중소기업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더욱 값지다”면서 “풍림의 혁신 성과 뒤에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 상생협력이 있었다”고 격려한 것 역시 민관의 적극적이고 발빠른 움직임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
대량생산체계 구축 결과 풍림파마텍의 LDS주사기 생산량은 5월 기준 월 2000만개로 증가했다. 1월 1000만개의 2배가 늘었다. 현재 풍림파마텍은 국내 총 665만개에 이르는 LDS 주사기를 공급하고 있다.
해외 수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 3000만개, 미국과 인도에 각 100만개를 수출했다. 9월까지 수출액은 2689만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달러에 그쳤던 수출액이 2688% 증가했다.
중기부에서는 풍림파마텍 외에도 한국백신, 신아메드, 신아양행 등 백신주사기 업체를 추가로 선정해 스마트공장을 지원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