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카드사가 각사 앱카드 내에서 제공하던 '삼성페이 결제 서비스'를 중단한다. 삼성전자가 일부 카드사와 비용 부담이 큰 계약을 맺은 후 이를 전체 카드사에 요구하면서 서비스 중단 사태가 촉발한 것이다. 지급결제 시장 '공룡'으로 급성장한 간편결제 사업자 횡포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롯데 앱카드에서 제공해온 삼성페이 간편등록 서비스를 이달 31일부터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다만 삼성페이에서 롯데카드 등록과 삼성페이 결제는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 삼성페이 간편등록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했고 해당 서비스 실사용자가 적어 불가피하게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삼성페이에서는 종전과 동일하게 롯데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삼성페이가 가능한 안드로이드 휴대폰 결제 기능 외에 자사 앱카드에서도 삼성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는 삼성전자와 마그네틱전송방식(MST) 허여(어떤 권한, 자격, 칭호 따위를 허락)계약을 맺고 앱카드에서 직접 삼성페이를 구동하는 직결제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카드사는 삼성전자와 '삼성페이 간편등록 서비스' 계약을 맺고 앱카드 내 삼성페이 링크를 띄워 결제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신한·KB국민·하나카드가 맺은 MST 허여계약을 나머지 카드사에도 요구한 점이다. 기존 카드사가 맺은 삼성페이 간편등록 서비스 경우 연평균 이용 수수료가 5억원 안팎이다. 이에 비해 MST 허여계약은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부담이 수 배 커지는 셈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간편등록 서비스 초기에 카드사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제공했다. 하지만 이후 1~2차례 수수료를 인상했고 그 결과 5억원 안팎까지 비용 부담이 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초기 앱카드 내 삼성페이 간편등록 서비스를 무료 제공해 이용자 결제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받았다”며 “이후 유료화로 부담이 생겼고 실제 이용 대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카드 외에 삼성페이 간편등록 서비스 계약을 맺은 카드사들이 잇달아 이 서비스를 이미 내렸거나 중단을 예고했다.
앞서 삼성카드는 자사 삼성카드 앱에서 서비스해온 삼성페이 결제를 지난 8월부터 중단했다. 우리카드도 새해 1월 12일부터 우리카드 앱에서 삼성페이 결제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현대카드도 현재 앱카드 내 삼성페이 서비스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지급결제 시장 공룡으로 떠오른 대표 간편결제 서비스의 횡포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금융사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계약 세부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더 나은 간편결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카드사와 지속 협력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에서 카드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은 올 상반기 41.4%를 차지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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