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을 대형 선박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첨단 기술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이 아이디어는 친환경 물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등장했다.
에어버스 그룹 산하 스타트업인 에어시즈는 새해 거대한 연으로 대형 선박을 이끌 수 있는지 시험한다. 화석 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여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이 회사의 첫 번째 테스트다.
에어시즈는 2018년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패러글라이더 형태의 연을 선박에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기즈모도에 따르면 전 세계 상품의 80%는 약 5만척의 대형 선박에 의해 운송된다. 이러한 선박은 벙커유라는 연료를 사용하는데, 가격이 저렴하지만 유해 물질 배출량이 상당하다. 벙커유는 세계 탄소 배출량 2% 이상, 황산화물 및 아산화질소 배출량의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시즈는 연을 부가 동력으로 활용, 화석 연료 사용량을 줄인다. 500평방미터 크기 패러글라이더 날개(파라포일) 모양의 연을 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어느 정도 연 내부에 바람이 통하게 하는 비행기 날개 형태를 차용, 양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돛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방향 제어도 가능하다. 패러글라이딩처럼 연결한 줄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풍향이나 바람 세기, 해류 등 각종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을 제어, 운항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바람이 좋을 때는 연을 띄워 선박의 보조 동력으로 활용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거둬 들일 수 있다.
에어시즈는 이번 테스트를 거쳐 보다 큰 크기의 연을 적용해 운항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20% 줄이는 것이 목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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