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업·경제 민주주의 디딤돌 된 '상생결제'

지금까지 기업간(B2B) 결제는 현금결제, 어음, 외상매출채권 등의 결제 수단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기업 결제 대금 미지급, 연쇄부도, 유동성 경색 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왔다.

상생결제는 기존 결제 수단 문제를 깔끔하게 해소할 수 있다.

상생결제 구조를 살펴보면, 모든 판매기업(1~4차)이 약속된 대금지급일에 현금을 지급받는다. 필요 시 대기업과 정부, 지자체, 지방공기업, 공공기관 등 정부 신용도 수준의 낮은 금융비용으로 결제 대금을 조기 현금화할 수 있다.

◇어음·외담대 줄고 '상생결제' 늘어난다

상생협력법 제22조에 따라 기업 간 거래에서 납품 대금은 60일 이내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금결제는 결제 증빙자료가 부재한 외상거래와 동일하다. 현금결제 경우 판매기업은 대금지급일 이전에 현금화가 불가능하고 납품 대금 미지급이나 지급기일 미준수 등 위험에 항상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판매기업은 현금결제 대안으로 어음, 외상매출채권 등을 수취한 후 대금지급일 전 어음할인,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외담대)받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한다.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높은 금융비용을 지불하며 어음을 할인하거나 외담대를 받고 필요 시 개인 신용대출까지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음, 외상매출채권, 외담대 등을 대체하는 상생결제는 중소벤처기업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중소기업의 안전한 대금회수와 자금 유동성 개선을 위해 상생협력법에 근거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누적 642조7109억원, 연간 약 120조원 결제대금이 상생결제 방식으로 지급되고 있다. 대기업·국가기관 500개, 14만6834개 거래기업, 11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시행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상생결제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민간영역에 머물던 상생결제가 공공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판매기업이 상생결제로 대금을 지급받으면 대금 지급 약속날짜에 반드시 현금을 수취할 수 있다. 필요 시 대금 지급 약속날짜 이전에 대기업·국가 신용도 수준의 낮은 금융비용으로 조기 현금화도 가능하다.

결제대금을 조기 현금화해도 상환할 의무가 없어(상환청구권 없음) 연쇄 부도를 방지할 수 있다. 세액공제, 장려금, 환출이자 등 금융수익도 얻을 수 있다.

상생결제는 전체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대기업과 국가가 상생결제를 활용해 대금을 지급하면 직접적인 거래관계에 있는 판매기업(1차사) 뿐만 아니라 하위 판매기업(2~4차사) 결제환경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모든 판매기업이 저금리의 조기 현금화 기회를 제공하는 금융제도권으로 흡수되므로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상생결제 선도 발벗고 나선 은행

현재 상생결제는 낙수율이 낮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낙수율은 1차 판매기업이 수취한 상생결제 금액 대비 2차 이하 판매기업이 수취한 상생결제 금액을 뜻한다. 전체 상생결제 금액 중 1차 판매기업이 수취한 상생결제 금액 비중은 98.5%다. 반면 2차 판매기업이 수취한 상생결제 금액은 1.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상생결제 온기를 1차 판매기업뿐만 아니라 2차 이하 판매기업으로 확산하는데 나섰다. 특히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상생결제 선도은행으로서 올해 처음 열린 '상생결제 확산의 날'에서 대규모 상생결제 시스템 기능개선을 완료한 공로를 인정받아 선도 금융기관 기념패를 수상했다.

3개 선도은행은 우선 1차 판매기업 결제 환경을 개선해 시간, 금액한도 등 상생결제 이용에 제약이 되던 문제를 해소했다.

1차 판매기업은 상생결제로 대금을 지급하면 법인세 혜택, 장려금, 환출이자(Refund) 등의 금융수익을 누릴 수 있다. 또 하위 판매기업의 결제환경을 개선해 공급망 경쟁력을 확충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자연스럽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1차 판매기업이 상생결제 활용금액과 빈도를 높이려 해도 상생결제 이용에 따른 제약요소들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시스템 개선이 바로 '현금예치 기반 상생결제'다.

기존에는 1차 판매기업이 2차 판매기업에 상생결제를 하려면 대기업과 국가로부터 수취한 상생결제 대금이 만기 입금되기 이전에만 가능했다. 1차 판매기업이 수취한 상생결제 대금보다 2차 판매기업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더 큰 경우 상생결제로 지급할 수 없었다.

실제로 S기업은 1주일 간격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상생결제로 1차 판매기업에 대금을 지급했다. 가령 금요일에 현금이 입금되는 상생결제채권을 목요일에 발행하는 형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직 목요일만 1차 판매기업이 2차 판매기업에 상생결제가 가능하다. 즉 실제 대금지급일 전에만 하위 판매기업에 상생결제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불가능해 실무자들이 시간적 제약에 직면하는 문제가 있었다.

A기업 경우 1차 판매기업으로서 대기업에 상생결제채권을 10억원 수취했다. B기업은 2차 판매기업으로서 A기업에 30억원 상당 서비스를 제공했다. A는 B에게 상생결제로 10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0억원은 다른 결제수단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는 등 자금실무자 애로가 컸다.

이에 선도은행들과 시스템운영사는 1차 판매기업이 현금을 예치해 상생결제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했다. 1차 판매기업의 지정 상생결제 계좌에 2차 협력사 지급 대금을 입금해 예치계좌(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명의)에 보관하면 2차 판매기업에게 상생결제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1차 판매기업은 법인세, 장려금, 환출이자 등 금융수익을 누릴 수 있다. 하위 협력기업 경쟁력을 제고해 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납품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3차 판매기업도 2차 판매기업으로부터 상생결제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상생결제 온기가 확산될 기반을 갖췄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