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 염색을 하지 않고도 세포 분자 정보를 볼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형광 표지에 따른 세포 변형 없이, 다양한 구조를 동시에 보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박용근 물리학과 석좌교수팀이 이 같은 인공지능(AI)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형광 현미경은 세포 내 특정 구조를 형광 표지한다. 현재 가장 폭넓게 쓰이는 광학 현미경인데 대상이 되는 세포에 부담을 준다. 밝기, 세포독성, 안정성 등 문제 탓에 초고속·장기간 측정이 어렵다. 다양한 구조를 동시에 볼 수 없다.
굴절률을 이용한 비표지 현미경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굴절률을 3차원 상에서 정량 측정하는 홀로그래픽 현미경이 예다. 굴절률은 빛이 통과할 때 얼마나 속도가 느려지는지 정도를 뜻한다. 이를 활용한 홀로그래픽 현미경은 대상 구조와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분자를 보는 성능은 떨어졌다.
돌파구로는 AI 기술이 거론된다. 박용근 교수팀은 지난 연구에서 AI가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생체시료별 굴절률 영상을 높은 정확도로 분류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굴절률 정보 안에 형광 현미경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감춰져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에 따라 AI로 홀로그래픽 현미경 영상을 활용, 형광 현미경 영상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함을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 발표(지난 7일) 논문에서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홀로그래픽 현미경, 형광 현미경의 장점만 갖춘 AI 현미경을 만들었다. 형광 표지 없이 형광 현미경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했다. 또 수많은 3차원 구조를 볼 수 있고 밀리초(ms) 수준 초고속 측정과 수십 일 수준 장기간 측정이 가능해졌다. 이는 다양한 생물학, 의학 연구에 응용 가능하다.
박용근 교수는 “허원도 생명과학과 교수, 박외선 박사의 분자생물학, 형광 현미경 기술 덕에 AI 학습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고, 조영주 박사과정 덕에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연구팀이 창업한 토모큐브를 통해 AI 학습을 하는 등 다학제 접근, KAIST 기술 창업 결과로 이번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