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드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가장 큰 원인인 배터리 열화를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이재영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최진섭 인하대 화학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고속 충·방전 미분용량곡선(IC)-미분전압곡선(DV) 데이터를 이용해 리튬이온배터리 열화상태를 빠르게 진단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리튬이온전지는 반복되는 충·방전 반응 동안 용량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열화 요인이 발생한다. 각 요인이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명확한 구별은 어렵지만 리튬원 손실(LLI), 활물질 손실(LAM), 전도도 손실(CL)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LLI는 전해질의 분해반응으로 음극 표면에 고체전해질계면이 점차 두껍게 형성되고 이로 인한 전해질 소모로 리튬이온원의 고갈이 발생하는 열화모드이다. LAMMS 음극·양극 활물질 격자 내로 리튬이 반복해 탈삽입이 이뤄지면 입자의 구조가 열화되고 용량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CL은 전극이 집전체로부터 떨어져 나가거나 전극 물질들 간의 크랙 발생으로 이온 및 전자이동이 저하되는 경우 전도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리튬이온배터리 열화 모드를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셀을 분해하지 않고 열화상태를 판단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인 IC-DV는 유사개방회로의 준 평형상태에서 전압곡선을 얻어야 해 측정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흑연 음극과 LiNi0.5Mn0.3Co0.2O2 양극활물질로 0.25 암페어 아워(Ah)와 1Ah의 파우치형 셀을 제작하고, 이를 4용량(C) 및 6C 속도로 45℃ 고속 충·방전조건에서 열화시켰다. 사이클이 진행됨에 따라 얻어지는 전압 곡선을 전압에 대한 용량의 미분값인 dQ/dV, 용량에 대한 전압의 미분값인 dV/dQ로 변환해 양극과 음극 각각의 용량퇴화가 어느 쪽에서 더 우세하게 일어나는지 확인했다. 이후 유사개방회로 상태인 저속(0.1C) 데이터와 고속(4C, 6C)데이터의 전압곡선으로부터 LLI, LAM 수치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저속 IC-DV, 고속 IC-DV의 비교를 통해 C-rate와 LAM의 비선형성과 LLI와의 선형성을 확인했다. 열화된 셀의 용량은 C-rate의 변화에 덜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열화셀의 활물질 열화로 인한 빨라진 확산 특성에 기인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음극 고체 전해질 분열 간기(SEI) 층의 성장에 비례하는 LLI를 고속 충방전 데이터로부터 외삽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제한된 시간 내에 고전류 사이클링에서 복잡한 열화모드를 분석하는 간략한 프로세스를 제공하며, 이는 온보드 배터리 관리시스템에서 유용할 수 있다.
이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향후 몇 년 안에 다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배터리의 재사용 기준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섭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셀의 건강상태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나 친환경적으로나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교신저자)와 최 교수(공동 교신저자)가 주도하고 서규원 연구원(제1저자)과 하재윤 박사과정 학생(공동 제1저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전력공사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응용화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에너지 케미스트리'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