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유통업체들이 라방 전문 쇼호스트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송 프리랜서와 인플루언서 몸값이 치솟는 데다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전담 인력 확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자체 라이브방송인 라이브11 진행을 맡을 쇼호스트 공채 1기 신입사원 모집에 나섰다. 11번가는 이번에 채용하는 쇼호스트 인력을 자체 제작하는 라이브 판매 방송에 투입 예정이다. 기존에는 연예인이나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에서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방송 진행을 맡겨왔다.
11번가 관계자는 “라이브11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제작 스케줄에 맞춰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풀을 갖출 필요가 생겼다”면서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최신 트렌드와 모바일에 특화된 자체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방에 뛰어드는 e커머스 기업 중심으로 전담 쇼호스트 확보 움직임이 활발하다. 위메프는 올해 쇼호스트 지망생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티몬은 틱톡과 제휴를 맺고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라이브커머스에 특화된 쇼호스트를 선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올 6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자체 라방 진행을 맡을 전문 쇼호스트인 '퍼스널 쇼퍼' 공개 채용했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들은 모델·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 등 다양한 이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홈쇼핑 업계도 마찬가지다. 라방 초기에는 TV홈쇼핑 쇼호스트의 유입이 많았지만 점차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전담할 별도 쇼호스트 인력을 확보하는 추세다. 일방향의 TV홈쇼핑과 달리 라방은 양방향으로 실시간 채팅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방송의 결이 다른 만큼 요구되는 역량도 다르다는 판단이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라방 전문 쇼호스트도 2배가량 늘린다. 롯데홈쇼핑은 쇼호스트 공채 과정에서 모바일 방송 경험이 있는 인재를 우대 선발했다. 덕분에 유튜버와 승무원, 모델 등 다양한 직종의 이색 경력자들이 쇼호스트로 지원했다. T커머스인 신세계TV쇼핑과 K쇼핑도 모바일 라이브에 힘을 주기 위해 전담 쇼호스트 채용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기업들의 라방 쇼호스트 육성은 비용적 측면도 고려됐다. 시장 초기에는 더 많은 시청자를 유인하기 위해 화제성이 높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방송 진행을 맡겼지만 마진을 최소화한 라방 특성상 이윤을 남기기 어려웠다. 업계 관계자는 “회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섭외 비용을 지불할 경우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라며 “제휴를 맺은 MCN을 통한 진행자 수급도 일정을 맞추는데 변수가 많아 즉시 투입 가능한 자체 인력을 확보하는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라방 산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특화된 인재를 육성하는 전문 아카데미가 생겨나는 등 관련 시장 생태계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쇼호스트 채용 시장에서도 기존 TV홈쇼핑보다 모바일 등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선호하는 추세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2조8000억원에서 2023년에는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