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텃밭 '美 배터리 시장'...중국산 위협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텃밭인 미국 시장에 중국 기업의 위협이 시작됐다.

미국 완성차 3사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는 현지 판매용 전기차 배터리를 한국산 제품만 채택해왔다. 최근 이런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기업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현지 중소규모 완성차 업체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한국산 제품이 선택적 우위지만 중국이 틈새를 노리는 형국이다.

중국산 LFP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유력 전기차 모델3.
중국산 LFP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유력 전기차 모델3.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 4위인 고션(Gotion)은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자동차 업체와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고션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200GWh 이상 배터리를 공급하고 현지에 배터리 공장도 짓겠다는 계획이다. 고션이 미국 업체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테슬라가 유력한 것으로 추정한다. 북미 전기차 업체 중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현재 테슬라 제품뿐이기 때문이다.

고션이 현지에 배터리 생산공장까지 짓는다면 중국 업체 최초 미국 공장이 된다. 지금까지 미국 내 중국 배터리를 내수용으로 선택한 업체는 대부분 소규모 제작사에 불과했다.

CATL은 최근 미국 전기 상용차 업체 '라이트닝 e모터스'와 2년간 175MWh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전기 상용차 업체 피닉스 모터카스, 일렉트릭 라스트마일 솔루션스(ELMS)와도 공급계약을 맺었지만, 공급 물량은 수백 MWh 규모다.

중국 업체의 GWh급 미국 수출 계약은 CATL과 피스커(Fisker)가 3년간 배터리 15GWh 이상을 공급하는 계약이 유일하다.

수백·수십 기가와트급인 국내 배터리 3사 공급 물량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배터리 시장은 유럽과 달리 중국산 배터리 채택이 크게 적다”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국산 제품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LFP 배터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3사는 현재 미국에 대규모 합작사나 자체 공장을 구축 중이다. 2025년까지 국내 업체가 미국에 구축하는 배터리 생산 캐파는 330GWh로 기존 현지 공장 캐파까지 합치면 400GWh가 넘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 70GWh 규모 합작공장을 세우고 스텔란티스와도 40GWh 규모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SK온도 포드와 합작공장 구축을 확정했다. 미국 두 곳에 총 연산 129GWh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

삼성SDI도 최근 미국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 확정하고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2025년부터 우선 연산 23GWh 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향후 40GWh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표】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구축 계획(자료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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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