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타이어도 귀한 몸이 됐다. 겨울철은 윈터타이어 판매가 크게 느는 등 타이어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다. 올해는 수요·공급 불안정으로 신차용과 교체용 타이어 시장 모두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일부 규격 교체용 타이어는 2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급난이 심각하다. 수입차를 타는 김진우씨는 21인치 규격의 윈터타이어를 장착하기 위해 장착점에 주문했지만 1개월 넘게 타이어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 제품을 장착하고 싶지만 국내 재고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장착점에서는 주문 후 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수급난이 빚어진 것은 세계 타이어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한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에 원자재인 고무 가격이 오르면서 주요 제조사는 실적 방어를 위해 30% 이상 감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신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타이어 재고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물류 대란 역시 타이어 공급 지연 이슈 가운데 하나다. 올해 전 세계 선복 및 컨테이너 부족, 해상 운임 상승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외 주요 업체들의 타이어 수급이 불안했다. 해상 컨테이너 운임 종합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초 기준 4727포인트(P)로 처음 4700선을 돌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10월 이래 최고치다.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의 파업 영향도 컸다. 한국타이어는 노조 총파업 여파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대전과 금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두 공장은 전체 생산 물량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기지다. 공장이 1개월 가까이 멈추면서 재고가 줄자 현대차는 한국타이어가 들어가는 '캐스퍼' 납기 일정을 2주 미룬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타이어까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산보다 수입 타이어 장착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생산하는 타이어 공급이 늦어져 신차 생산이 지연되는 사례도 있다. 현대차는 아반떼 N에 장착되는 미쉐린 타이어의 공급 지연으로 차량 출고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전 차종에 국산 대신 미쉐린, 브리지스톤, 콘티넨탈, 피렐리 등을 장착한다.
신차용 타이어의 두 배에 이르는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도 일부 규격의 품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와 고성능차 등 해마다 다양한 신차가 나오면서 차종별 규격이 다양해지고 있어 모든 제품의 재고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26일 “주요 타이어 제조사들이 올 상반기에 대내외 환경 악화로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서 하반기부터 공급 지연 현상이 일기 시작했다”면서 “현재 제조사들이 밀린 물량에 대응하고 있어 새해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